새 정부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율고)가 점점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대전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자율고 전환 접수를 마감한 결과, 예상과 달리 신청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자율고 지정 첫해인 내년에 목표로 하고 있는 '30개교 설립'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 불투명해졌다.
자율고 전환 신청을 한 사립고는 전국적으로 총 39곳으로 집계됐다. 서울 26개, 부산 광주 전북 대구 각 2개, 경기 인천 충남 경북 경남 각 1개 등이다. 울산 강원 충북 전남 제주는 단 한곳도 없었으며, 13일 마감하는 대전도 지금까지 자율고 신청을 한 학교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중간 집계에서는 44개 사립고가 자율고 지정을 신청했지만, 보름 사이에 서울 4개(충암고 덕성여고 대진고 대진여고), 대구 1개(경상고)가 신청을 철회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전이 남아 있지만 지금 추세를 감안하면 39곳이 최종 신청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들 사립고를 대상으로 지정 요건 심사 등을 거쳐 당초 계획대로 30개를 자율고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특히 많아야 10곳 정도의 자율고 지정 구상을 갖고 있던 서울시교육청은 다른 지역 신청이 저조한 탓에 20곳 수준의 지정도 배제할 수 없게 돼 난감한 상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 신청 학교 중 재정여건이 괜찮은 학교는 10곳도 채 안 된다"며 "이런 실정을 무시하고 (교과부 요구에 따라)자율고를 20개 정도 지정할 경우 등록금을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 수준으로 올려야 해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의 자율고 전환 신청 사립고 중에서도 법인전입금이 등록금 수입의 3~5%가 안 되는 학교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교과부의 자율고 지정 고민은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과부가 30개 지정 목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과부가 명분에 얽매여 자격도 갖춰지지 않은 사립고를 무리하게 자율고로 전환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라며 "일단 올해는 지정 요건을 구비한 학교에 국한하되, 내년부터는 학생선발권 및 재단전입금 문제 등 자율고 제약사항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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