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들이 어제 만나 이번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타결을 시도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무책임 무능 국회라는 국민여론을 의식해서 만나긴 했지만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는 동상이몽의 자리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문을 열어놓고 공전만 거듭하는 임시국회의 정상화는 기약 없이 또 미뤄졌다. 여야가 불임의 정치를 언제까지 계속하려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회담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와 이번 임기국회 회기 내 미디어법 표결처리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입씨름만 했다. 민주당이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특검제 도입 및 검찰개혁 특위 구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격한 감정 싸움만 했다고 한다. 여야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데는 나름의 근거와 사정이 있을 테지만 자신은 융통성을 보이지 않고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면 정치가 성립할 수 없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단지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ㆍ여당이 주장하는 해고대란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해고자가 속출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가능한 한 유예기간을 단축해서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는 게 옳다고 본다. 미디어법 문제는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를 내세워 이번 임시국회 내 표결처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사회적 합의과정이 미진한 만큼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여야는 쟁점 미타결과 등원 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더 이상 임시국회를 공전시켜서는 안 된다. 주요 현안은 국회를 열어서 논의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소수 야당들이 운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제공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당의 등원 조건 5개항은 대부분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논의할 성질의 것이다. 조건을 관철하지 못하고 원내에 들어가면 거대여당의 수의 정치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피해의식 탓이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의회정치 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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