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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즈니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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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즈니스석

입력
2009.07.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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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가 1등석에 앉는데, 국회의원들은 비즈니스석이라니 말이 됩니까." 전직 장관 출신 국회의원이 공항에 나온 외교부 인사에게 따졌다. 다른 의원들 얼굴도 붉으락푸르락 했다. 외교부 인사는 관련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난감해 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총리가 나섰다. "의원님들 좌석을 1등석으로 바꿔라. 추가 비용은 내가 부담한다."비로소 소동이 정리되고 의원들은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국민의정부 시절 초, 총리가 의원들과 함께 해외 순방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수행원들은 순방 기간 내내 항공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느라 진땀을 뺐다.

▦공무원 해외 출장 시 항공기 좌석의 종류를 결정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 출장자 직급이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감사원장, 검찰총장, 대학총장, 4성 장군 등은 1등석, 국장급 이상 공무원과 준장ㆍ경무관 이상 군 장성 및 경찰 간부 등은 비즈니스석이고,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은 이코노미석이다. 비행시간, 출장 일정, 업무 강도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높은 분을 모시고 떠나는 '장거리 단기 출장'은 하위직 공무원에겐 기피 대상 1호다. 좌석이 좁은 것은 그럭저럭 견딘다지만 비즈니스석에 앉은 상관의 수시 호출은 피로를 가중시키기 일쑤다.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과 국내 일부 대기업은 항공기 좌석 종류를 비행시간과 출장 일정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비행시간이 6시간 이상이면 실무 직원들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하는 식이다. 1, 2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라면 임원들도 이코노미석을 탄다. 야간 항공기 편으로 출발했다가 다음날 바로 돌아오는 일정이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전원 비즈니스석 이상 좌석의 티켓을 주는 경우도 많다. 업무를 위해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1등석도 탈 수 있다. 기계적으로 직급에 따라 좌석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업무 효율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집권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각료 전원이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고 한다. 전용기가 있지만, 국적기 취항 노선은 총리도 일반 승객과 함께 비즈니스석을 탄다. 국민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출장 일정을 따져 말단 공무원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고위 공직자들의 '내가 누군데…'하는 의식부터 고쳐야 한다. 그래야 업무 효율을 먼저 생각하는 합리적 사고가 공직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수행원들과 함께 이코노미석에 앉아 출장을 가는 것이 실용주의 아닌가 싶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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