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두 현역 국회의원이 나란히 "박 회장 돈인 줄 몰랐다"며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김정권(경남 김해 갑) 한나라당 의원의 변호인은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 등 4명으로부터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 돈이 모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지시로 전달된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열린 서갑원(전남 순천) 민주당 의원 공판에서도 변호인은 박 전 회장에게서 현금 5,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작년 3월 두 명의 후원자에게 500만원씩 받은 적은 있지만 박 전 회장의 돈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또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변호인은 2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계은퇴 후 연구소 후원금과 생활비 등 명목으로 받은 것일 뿐 정치자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만달러 수수 혐의에 대해선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만달러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 전 의장 측이 피고인 심문 등을 모두 생략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검찰은 첫 공판임에도 바로 김 전 의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전 의장은 "의장 재직 시절 발생한 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질 것이며, 친자식처럼 데리고 있던 비서실장(김덕배 전 의원)과 법정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추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벌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1심 판결을 사법부의 최종 판단으로 받아들여 승복하겠다"며 항소 포기 의사도 내비쳤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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