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감독의 고민은 결국 노파심으로 끝났다.
FC서울과의 FA컵 16강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북은 지난달 27일 강원전 2-5 대패 외에도 출혈이 컸다. 공격의 핵 에닝요와 골키퍼 권순태, 수비수 신광훈, 임유환이 모두 부상을 당해 서울전 출전이 불투명했던 것. 게다가 이동국마저 체력저하를 보여 투입여부를 고민해야 했다.
발목의 붓기가 빠지지 않은 에닝요와 CT촬영 결과 혈흔까지 나왔던 권순태지만 출전 의지가 강했다. 출전을 강행한 이들은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최 감독의 고민을 깨끗이 덜어주었다.
이동국과 에닝요가 공격을 이끈 전북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9 FA컵 16강 서울과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동국은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넣었고, 에닝요는 2도움으로 '특급도우미' 역할을 했다.
이로써 전남과 함께 FA컵 최다우승(3회) 팀인 전북은 2년 만의 정상 등극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FA컵 8강 대진추첨은 6일 열린다.
화력 대결이 점쳐졌던 양팀의 대결은 초반부터 뜨거웠다. 측면 공격수로 나온 에닝요는 전반 20분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이현승의 선제골을 도왔다. 선제골을 허용한 서울은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권순태의 선방에 번번이 막혀 동점 기회를 놓쳤다. 후반 5분 하성민 대신 투입된 이동국은 K리그 득점 1위(8골)답게 한번의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역습 상황에서 최태욱이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던 이동국에게 정확하게 패스했고, 이동국은 이를 가볍게 차 넣었다. 후반 35분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연출됐다. 에닝요의 정확한 크로스를 이동국이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가른 것. 지난 5월9일 서울과 리그전에서 1골1도움으로 2-0 승리를 이끈 에닝요는 이날도 2도움을 기록해 '서울킬러'로 자리잡았다.
포항은 이날 나란히 두 골씩 터트린 스테보와 김기동의 활약을 앞세워 'K리그 킬러' 고양 국민은행을 4-0으로 대파, 'A매치 휴식기' 이후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광양에서는 전남이 강원을 1-0으로 꺾고 8강에 합류했다. 이밖에 경희대는 대전에 1-2, 중앙대는 성남에 0-1로 패하는 등 아마추어 팀은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FA컵 16강 전적
▲포항 4-0 고양 국민은행 ▲전남 1-0 강원 ▲전북 3-1 서울 ▲성남 1-0 중앙대 ▲대전 2-1 경희대 ▲제주 1<4-3PK>1 광주 ▲수원 1-0 부산 ▲대구 0<5-4 PK>0 경남
고양=오미현기자
전주=김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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