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여객기 추락 사고에서 어린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자 승객의 나이가 항공 사고에서 생존 가능성과 관련이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탑승객 153명을 태운 예멘 국영 항공사 여객기가 아프리카 코모로 해상에 추락했지만 14세 소녀가 유일하게 구조돼 코모로 수도 모로니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프랑스 관리 등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BBC는 소녀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방송은 예멘 민간항공국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5세 남자 아이가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가 시속 115㎞의 강풍에 휘말려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14세 혹은 5세 아이의 생존은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항공사고에서 생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국제 비영리단체인 항공안전재단 조사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생존자가 단 1명이었던 항공 사고가 12건 있었는데 이들 생존자 가운데 5명은 미성년자였고 4명은 승무원이었다.
2007년 미국에서는 고령자가 3세 여아 손녀를 태우고 경비행기를 몰다가 추락해 사망했지만 여아는 아무런 부상 없이 구조됐다. 아이는 구조 당시 "테디 베어 인형이 어디 갔느냐"고 투정을 부릴 정도였다. 1990년 미국 뉴욕 교외에서 콜롬비아 국적의 아비앙카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객 158명 가운데 73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5세 이하 어린이는 92%가 생존했지만 60세 이상 승객은 전원 사망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면 작고 가벼운 물체가 크고 무거운 물체보다 피해가 덜할 것"이라며 "작고 가벼운 물체는 나무 같은 곳에 떨어지면서 추락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사고가 나면 부모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희생을 담보로 자녀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CNN은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운동과 지각 능력이 부족해 사고시 훨씬 더 위험하다"며 "항공업계에서도 미성년자의 생존률이 높은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승무원의 생존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훈련이 잘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승객은 위기가 닥치면 공포에 질려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지만 승무원은 미리 준비된 방식대로 행동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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