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1일부터 시행되면서 뻔한 부작용들이 현실화하자 뒤늦게 정치권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국회와 5인 연석회의 등의 논란을 지켜 보아온 이명박 대통령마저 "적절한 기간 연장한 뒤 근본적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직접 언급을 하고 나섰다.
2007년 제정된 법의 취지는 비정규직 보호이지만, 2년이라는 시한이 정해졌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열악한 일자리마저 오히려 박탈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법률 제ㆍ개정 책임을 진 국회는 시한을 넘겼고, 결국 '합법적 부작용'을 조장한 꼴이 됐다. 해법을 찾을 때까지 시행을 보류하자는 데는 공감을 이루었지만 유예기간 설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뒤늦게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합의해 '1년 6개월 유예안'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은 이를 '야합'이라는 표현으로 일축했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원초적 입장을 내세우며 투쟁자세를 곧추 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500여만 비정규직 근로자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다 정략과 당파성을 앞세워 파탄을 자초하고도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계각층의 백가쟁명식 대안들이 2년 전 입법 당시처럼 쏟아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결론은 명백해 보인다.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법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논의를 재개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여야 합의로 현행법 진행을 유보하고, 그 기간 내에 적절한 개정안을 짜내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가 방치했던 부작용을 치유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당분간이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합법적 계약해지'가 예방될 수 있도록 기업을 설득하고, 이후 적절한 종합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게 2년 전 입법 당시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주말에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난다니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예기간 연장에 신속히 합의하지 못하고 개정안 마련에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존재의의는 더욱더 없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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