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의 2년차 우완투수 홍상삼(19)은 최근 새 별명을 얻었다. 어릴 적 별명 '홍삼'은 이제 지난 얘기. 사람들은 그를 '러키 가이'라 부른다. 등판하는 날마다 팀이 승리를 챙기는 '기분 좋은 징크스' 덕에 새로 얻은 별명이다.
2일까지 올시즌 홍상삼의 선발 등판 횟수는 12회. 두산은 그 중 11번을 이겼다. 이 사이 홍상삼도 7승(1패, 평균자책점 3.65)을 챙겨 팀 내 최다승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지난달 30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는 썩 잘 던지지 못하고도(5이닝 3실점) 6회초 2사 후 극적인 역전 홈런이 터져 승수를 쌓기도 했다. 승리의 '보증수표'가 된 홍상삼에게 행운이 뒤따르는 비결을 물었다.
■ 복주머니는 천하태평
평소 몸에 부적을 지니거나 복주머니를 갖고 다니는 건 아닐까. 홍상삼의 대답은 "뱃속부터 크리스천이라 그런 건 모른다"는 것. 그래도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2차례에 불과할 만큼 압도적인 피칭 없이도 승리가 척척 달라붙는 데에는 뭔가 나름의 비결이 있지 않을까.
홍상삼은 "되면 좋고 아니면 아니라는 식으로 던진다"고 했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란 여유로운 생각이 부담을 밀어내고 승운을 가져온 것. 홍상삼은 "7승을 올렸으니 앞으로 몇 승을 더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마운드에선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던질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상대하기 두려운 타자요? 그런 거 없어요. 잘 치는 타자가 그날 컨디션 안 좋으면 못 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름값에 기죽지 않을래요."
■ 구설과 비운에 울던 시절
마냥 헐렁해 보이는 홍상삼이지만 승부욕이 지나쳐 구설에 올랐던 경험도 있다. 충암고 시절이던 2007년 봉황대기 결승전서 동료 우익수의 다소 소극적인 수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게 문제의 장면이었다. 9회에 동점을 허용한 홍상삼은 동료를 탓하며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경기를 지켜본 야구팬들은 예절 부족 등을 들어 홍상삼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2년 전 기억을 떠올린 홍상삼은 "경기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비난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스카우트 중에는 그 모습을 플러스 요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뭐가 돼도 될 녀석'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지난해 2차 3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홍상삼은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을 쉬었다. 스스로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할 만큼 끝이 보이지 않던 재활 과정. 구설과 비운에 시달리던 과거는 어쩌면 올해의 상승곡선을 위한 액땜이었는지도 모른다.
■ 러키 가이 별명, 버리는 게 목표
홍상삼은 러키 가이라는 별명이 영 마뜩지 않다. 관심은 좋지만 실력으로 평가 받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행운 얘기만 하면 당연히 기분이 좀 그렇죠. 물론 제가 더 잘 하면 해결될 문제겠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한없이 졸리고 배가 고프다는 홍상삼은 "체력 보강이 급선무"라고 했다.
홍상삼의 롤모델은 임창용(야쿠르트)과 김병현(전 피츠버그). 넘치는 여유와 배짱이 왠지 같은 유전자 같다. "선발로 계속 뛴다면 언젠가 한 시즌 20승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땐 진짜 실력으로 인정 받겠죠?"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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