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만 주유하면 서울과 대구를 왕복(600㎞) 한다."
마침내 국내에도 '그린 카' 시대가 열렸다. 현대ㆍ기아차는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첫 국산 친환경차량인 아반떼ㆍ포르테 LPi(LPG액상분사방식) 하이브리드차 상품설명회를 가졌다. 이제 우리도 도요타 프리우스, 혼다 인사이트 같은 기존 메이커들의 아성을 꺾을 친환경차를 갖게 된 셈이다.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7일, 기아차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15일 출시예정이다.
1,600원으로 38㎞ 주행
현대ㆍ기아차가 이날 선보인 아반떼ㆍ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연비다.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카로 개발된 아반떼ㆍ포르테의 연비는 17.8㎞/ℓ다. 휘발유 연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2㎞/ℓ에 해당한다. 1,600원 어치를 주유하면 약 38㎞를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연비가 뛰어나니 경제성이 좋을 수 밖에. 초기비용은 많이 들지만, 유지비를 감안하면 기존 가솔란차보다 훨씬 경제적이란 평가다.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차 값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으나 대략 2,000만원 안팎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존 휘발유 모델가격(1,700만원) 보다 약 300만원 정도 비싼 셈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를 3년 정도 타면 차값 차액을 충분히 뽑고도 남는다는게 현대차의 분석이다. 1년에 2만㎞운행할 경우 기존 가솔린차는 연료비가 220만원 정도 소요되지만, LPG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90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아 연간 130만원 정도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30일로 사전 계약대수가 1,055대를 기록할 만큼 호응이 높다.
이기상 현대차 하이브리드차 개발실 상무는 "고객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연비가 좋은 차다"며 "LPG를 연료로 하는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환경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메이커 친환경차 경쟁 본격화
현대ㆍ기아차의 이번 하이브리드차 개발은 세계자동차 시장의 화두가 된 '그린 카' 경쟁에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친환경차에 대한 각종 지원을 확대하면서, 주요 완성차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에 대한 개발경쟁에 팔을 걷어 붙인 상태다.
닛산은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고급차종인 '후가'에 적용, 내년중 미국과 일본에서 시판할 예정. 미쓰비시 역시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i-MiEV를 7월 예정대로 출시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BYD와 전략적으로 제휴했고, 다임러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지분을 10% 매입했다. GM조차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 차세대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를 2010년 예정대로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도 완성차 메이커들의 친환경차 경쟁이 이미 점화된 상황이다. 당장 하반기부터 혼다의 인사이트, 도요타 프리우스, 현대ㆍ기아차의 아반떼ㆍ포르테가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도 9월 고급 하이브리드 세단인 '뉴 S 400 하이브리드'를 국내 시장에 최초로 출시한다.
박동철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이사는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을 비롯해 독자기술 확보, 선행개발 능력 제고 등이 친환경차 개발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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