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한국외국어대)을 2차례나 역임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진땀을 뺐다.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2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 교과부 장관- 총장 간담회 자리에서다.
파트너는 '총장 후배'들이었다. 현직 총장들은 '총장 선배'를 상대로 대학 현안과 관련한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고, 안 장관은 '해명'과 '방어'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렀다.
이날 간담회 화두는 정부의 연구역량강화사업, 대학 구조조정,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정원 문제 등 크게 3가지 였다.
이성우 국민대 총장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인 WCU(World Class University)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총장은 "WCU 사업 중 신설학과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하자가 있다"며 "신설학과는 말 그대로 새로 신설될 학과의 발전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는데도 이미 논문을 많이 쓴 학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WCU 사업이 1회성으로 끝나선 안되며, 특성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이런 지적에 "WCU 사업 문제점을 개선하겠으며, 앞으로 대학 특성화 프로그램도 정부에서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홍섭 신라대 총장은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실 사립대 강제 퇴출 방안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정 총장은 "교과부가 부실 사립대를 강제로 쫓아낸다고 발표한 이후 이른바 퇴출 예정 대학 리스트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며 "고교생 등 일반인들이 많이 볼 정도로 파장이 큰데, 정부는 부실 사립대 퇴출에 앞서 명확한 기준을 내놓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해 "사립대 구조조정을 강제로 퇴출쪽으로 몰고 가거나, 대학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하는 몰상식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겠다"며 "그렇지만 정부가 부실 사학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대학도 구조조정을 스스로 해야 옳다"는 입장을 보였다.
로스쿨 정원 증원도 여전히 논란거리였다. 한 사립대 총장은 "새롭게 출범한 로스쿨 제도는 기본적으로 일반 송무시장이 아닌 NGO 부분 등 다양한 법률수요시장에 법조인 진출의 길을 열어 놓은 게 특징이며, 이런 측면에서 로스쿨은 연간 4,000명 이상은 배출해야 한다"며 로스쿨 증원을 요구했다.
안 장관은 답변을 통해 "로스쿨은 앞으로 큰 변화를 맞을 수 밖에 없다"며 "2014년에 가면 사법시험이 없어질 예정이어서 그때가면 로스쿨 정원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로스쿨 입학 정원을 장기적으로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안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대학이 연구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교육을 소홀히 했다"며 "앞으로는 교육을 잘하는 대학에 지원을 늘리는 체제로 가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이를 위해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해 향후 대학 재정지원 사업 시행때 적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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