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K텔레콤이 너무 조용하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흐를 정도다. 통신업계의 맞수 KT가 이석채 회장까지 나서 연일 상생협력 전략 발표에 인터넷 무료 서비스 등 다양한 공세를 쏟아내는데 비해 SK텔레콤은 이렇다 할 반향이 없다. 시장을 포기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외부에는 조용한 것으로 비쳤지만,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물 위에 고요히 떠있는 백조가 물 밑에서 바삐 발을 놀리듯, 침묵 속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중동'(靜中動) 전략이다.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
SK텔레콤은 현재 대대적인 브랜드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T'와 '네이트' 등 대표 브랜드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브랜드를 대폭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부 브랜드 구조가 복잡해 효율적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브랜드 체계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고객과의 의사 소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정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분야에서만 영상통화 서비스 'T라이브', 글로벌 로밍서비스 'T로밍', 디지털 음악서비스 '멜론' 등 10여 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이렇게 브랜드가 많다 보니 일반인들이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고, 무엇보다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발생한다. 특히 경쟁업체 KT가 '쿡'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내세워 결합상품으로 시장을 압박하는데 비해, SK텔레콤은 여기 대응할 결합상품의 대표 브랜드가 없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정만원 사장의 지휘 아래 'T'라는 대표 브랜드로 나머지 브랜드를 흡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작업에는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SK그룹 브랜드관리위원회까지 가세했다. 정 사장은 지난달 26일 브랜드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한 차례 회의를 주재했으나, 각 부서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견 통일이 안 되는 이유는 브랜드를 정리하면 사업 내용 및 업무 영역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등 부서별로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직접 브랜드 개편을 챙기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브랜드 개편은 'OK 캐쉬백'처럼 정 사장의 색깔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달 중 정 사장 주재로 한 차례 회의를 더 갖고 브랜드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브랜드 개편안이 나오면 일부 사업 영역의 조정도 함께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홍보 사이트 개설
브랜드 개편과 함께 브랜드 자체에 대한 홍보도 병행한다. SK텔레콤은 6일께 T 브랜드를 알리는 'T 타임'(ttime.tworld.co.kr) 사이트를 개설한다. 서비스나 기업을 알리는 일반 사이트와 달리, 브랜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이트다. 즉, T 브랜드와 얽힌 광고나 사람들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해 브랜드를 감성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가 기업이나 서비스를 대표하는 얼굴에 해당하는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이색적인 작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서 개설하는 것"이라며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알리는 사이트로는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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