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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하루 3시간만 일하고 놀면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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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하루 3시간만 일하고 놀면서 살기

입력
2009.07.0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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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는 신나게 놀거나 빈둥거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또는 아예 법정 근무시간이 주당 20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서 나머지 시간은 온통 자신을 위해 써야 하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의 현실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사회에서 그런 세상은 도무지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소설가들은 "왜 없어?"라고 대답한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34년 전에 발표한 <에코토피아> 에서 법정 근무시간이 20시간인 사회를 보여주었고, 박민규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에서 "하루 3시간만 일하고, 굶어 죽지 않고, 나머지 21시간은 내 것"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그렸다.

생태사회를 표방하는 에코토피아는 여러 면에서 흥미롭지만 그 중에서도 주당 20시간 근무제 실시는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이를 통해 노동과 삶, 그리고 세계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에코토피아인들은 주당 40시간이던 노동시간을 20시간으로 단축하고 그 후유증을 즐겁게 감수한다. 생산성 위축, 국민총생산의 급격한 감소, 생활수준의 후퇴 등을 감수하는 대신에 자유로운 여가시간을 얻게 되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개인소득 역시 절반으로 줄었다. 소득이 줄어들면 당연히 현재의 소비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해결책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즉, 소박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에코토피아인들은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행복을 발견한다.

넘쳐나는 여유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다 보니 에코토피아에는 거의 프로 수준에 이른 아마추어 화가 음악가 운동애호가들이 즐비하게 생겨났다. 그들은 물질적 풍요를 포기한 대신 삶의 질을 선택한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꼭 크고 넓은 집에서 커다란 자동차를 굴리며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에코토피아인들은 깨달은 것이다.

하루에 4시간씩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사는 에코토피아 사회는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꿈같은 세계이다. 하지만 에코토피아 사회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는 오늘날 죽어라 노력해도 살아가는 것은 점점 팍팍해지고 시간은 점점 부족하고 할 일은 점점 많아지며 그 속에서 우리는 일벌레가 되어 정신없이 살아간다.

그런데 이렇게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짧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일밖에 모르는 인간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 인간,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란 정녕 없는 걸일까?

칼렌바크나 박민규의 소설은 그런 질문을 던지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이윤의 극대화를 모토로 하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반휴머니즘적이므로 이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라 촉구한다.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설 속 현실이 당장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온통 답답한 일 투성이인 오늘날 잠시나마 그런 꿈이라도 꾸어본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 같다. 비록 우리가 일더미에 치여 살지만 적어도 그런 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자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누가 아는가.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그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될지.

사족 하나. 주당 근무시간을 20시간으로 함으로써 에코토피아는 일자리를 두 배로 늘려 경제문제를 해결하였다. 진정한 일자리 나누기이다. 실업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위해 우리도 이 제도를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용민 연세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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