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선 이 배우의 얼굴을 올해 한번도 접한 적이 없다면 "평소에 연극 좀 본다"던 당신의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1월에 공연된 '너무 놀라지 마라'를 시작으로 '레지스탕스' '청춘예찬' 지방 공연과 '이런 노래' '마라, 사드'까지 상반기 출연작만 벌써 5편. 그 중 '너무 놀라지 마라'와 '마라, 사드'는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8년차 연극 배우 김주완(32)은 그렇게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어느새 박근형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3일부터 26일까지는 산울림소극장 무대에 오를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작ㆍ연출 박근형) 앙코르 공연에 출연한다.
"분장실에서 간혹 '사람들이 네 얘기를 많이 하더라'는 선배들 이야기를 들은 것 외에 특별히 요즘 달라진 건 없어요. TV나 영화 출연 제안이 좀 많아진 것 같기는 한데 이미 짜여있는 공연 일정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걸요."
그는 '너무 놀라지 마라'에서는 변비에 걸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둘째 아들로, '마라, 사드'에서는 욕조에 앉아 혁명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마라로 열연하는 등 주로 '힘주는'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무대 밖 그의 모습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게 놀고 여행하기를 즐기는 편이어서 집중력 있는 연기를 위해 생활태도를 진중히 하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노는 것 대신 상상력을 키우고 사람을 관찰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만 이 정도는 배우라면 누구나 하는 노력일 텐데요…."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이토록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관심이 곧 재능"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에게 배우의 길이란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가출을 감행했을 만큼 간절히 원했던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난생 처음 연극이라는 걸 봤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잘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드는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꿈도 없었고 공무원이시던 아버지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고 하셨거든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가출 중에 친구에게 전형료를 빌려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죠."
그의 삶의 모토는 "실패가 없는 인생이 아닌,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연극계 데뷔 후의 시행착오도 지금은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당장 다양한 배역으로 견문을 넓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의 여러 제약으로 연극 자체에 회의를 느낀 때가 있었죠. 2년간 쉬면서 무용극에만 출연했는데 다행히 2007년부터 배우의 감성을 깨우쳐주는 데 중점을 두는 박근형 선생님과 작업을 함께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어요."
그는 '너무 놀라지 마라'가 끝나면 곧이어 8월초부터 이대현, 서이숙, 장영남, 김영필 등과 함께 연극 '갈매기'에 출연한다. "인생은 연극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은 법"이라며 주저없이 평범한 일상을 늘어놓던 그에게 궁극의 꿈을 묻자 망설임의 시간이 길어졌다. "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을 계속 지키는 사람이요." 공연 문의 (02)6012-284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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