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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의 깨는 투자] 2000원짜리와 4000원짜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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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철의 깨는 투자] 2000원짜리와 4000원짜리 투자

입력
2009.07.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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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모 패스트푸드업체의 커피광고 내용이다. 일반인에게 4,000원짜리 커피와 2,000원짜리 커피를 마셔보게 하고 느낌을 말하게 한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시음 대상자들은 공통적으로 4,000원짜리가 더 낫다며, 향이 풍부하다든지 맛이 깊다든지 등의 이유를 댄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 같은 커피라는 자막이 뜬다. 사실을 전달하는 순간 시음 대상자들은 얼굴이 붉어지며 민망해 한다.

사람의 심리는 이처럼 외부의 정보에 취약하며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광고, 프로모션 등을 이용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완벽하게 객관적이라면 기업은 브랜드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품질에만 모든 노력을 집중하면 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도 사람이 하는지라 투자의 세계에서도 어김없이 저 광고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은 높은 가치평가를 받는 주식이 왜 그런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합당한지를 설명하며 자기 확신을 갖는 일을 더 편안해 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기업가치를 분석하기 전 가장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가격인데 가격이 선입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선입견은 주장을 강화하는 쉬운 논리를 양산해낼 뿐이다.

'이런 비싼 가격엔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선입견이, 미래 성장산업에 속한 기업이라는 논리와 결합한다. 풍력이니까, 바이오니까, 태양광이니까 비싸도 된다는 식이다. 매출액이 몇 십억원에 불과한 기업이 단지 업종이 인터넷이란 이유로 순이익의 수백 배 시가총액을 적용 받던 때가 불과 10년 전 일이다. 당시에도 이를 정당화하기위한 각종 설명들이 난무했다. 결과는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는 회사가 조만간 뭔가 큰 건을 발표할 거라는 아무 근거도 없는 기대감이 결합되기도 한다. 성장이라는 가시적 스토리가 없는 경우에도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어떻게라도 만들려는 인간의 편향된 심리의 극단에 해당하는 사례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더 설명하기 쉬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가치투자자는 가격에 대해 먼저 의문을 가진다. 가격 또한 인간이 매겨놓은 것이니 만큼 잘못 매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잘못 매겨지는 경우는 기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치투자자 입장에선 대박을 칠 수 있는 기회다. 부분적으로 잘못 매겨지는 경우는 낮은 가격에 합당한 이유가 있긴 있는데 그보다 더 심하게 평가절하된 때다. 이때 가치투자자는 '리스크를 고려해도 너무 싸다'고 표현한다.

2,000원짜리 커피를 4,000원 주고 사서 마신다 해서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풍부한 맛과 향 그리고 특유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4,000원이란 금액의 이유를 대는 것도 자기 만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서 2,000원짜리 주식을 4,000원에 사면 큰 고통을 치러야 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 가치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 흐뭇해 하는 자기 만족적 포트폴리오를 짜진 않았는지 자문해보자.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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