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를 권장량보다 많이 장기간 먹으면 간 손상 위험이 커지고,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등 다른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많이 먹으면 위출혈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일반 약 진통제 안전성 재검토 진행에 따른 조치로, 식약청은 FDA의 결정을 참고해 허가사항과 용법ㆍ용량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나프록센, 케토프로펜 등으로,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일반 약 진통제는 2,291개 정도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을 비롯해 게보린, 펜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다수 진통제에 포함된 성분이다. 지난해말 게보린(IPA) 논쟁에 이어 일반 약 진통제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다시 제기되자 소비자는 불안해 하고 있다.
■ 추가 위험 발견이 아닌 복용 습관 문제
최근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재를 허가용량보다 많이 먹어 간 독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 복용할 때의 간 독성 문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세트아미노펜은 다른 부작용이 거의 없어 임신부가 먹어도 될 정도로 검증됐다. 이처럼 검증된 아세트아미노펜조차 이런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일반 진통제도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FDA는 이런 논란의 와중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을 허가 용법과 용량에 맞춰 먹으면 아주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제는 이 약이 의사 처방 없이 판매되므로 소비자가 약의 적정용량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많이 먹거나 함께 먹어서는 안될 약이나 술과 함께 먹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복합 약 진통제의 경우 이런 위험이 과복용 시 현저히 증가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북미와 유럽에서는 복합약 진통제의 안전성이 계속 문제됐다. 일각에서는 복합약 진통제를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미와 유럽에서 50년간 사용되던 아스피린과 프로폭시펜(약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 복합제인 다본(Darvon)이 돌연사를 유발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진통제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며, 최근 의료비 부담 급증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 일반의약품으로 자가 치료하는 경향이 늘어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 일반약 진통제, 용법ㆍ용량에 맞춰 복용하면 안전
열나고 아플 때,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진통제를 먹는다. 한 알을 먹고 효과가 없으면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 알을 더 먹는다. 일반의약품이 매우 안전한 약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의약품이 안전한 약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용법용량에 맞춰 먹을 때에만 그렇다. 전문가들은 모든 의약품이 복약 간격, 적정용량을 지키지 않고 먹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FDA는 어린이용 시럽약에 정확한 복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용기를 포함할 것, 동일한 성분이라도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약의 1일 최대 복용량을 줄일 것 등의 의약품 허가 생산에 대한 규정 변경을 고려 중이다. 또한 바이코딘과 퍼코셋 등 일부 복합약 진통제의 시장 퇴출 등 특단의 조치까지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반 약 진통제 복약 환경과 습관이 달라 미국에서 취해진 조치가 한국에서도 꼭 필요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복합약 진통제의 성분구성도 미국과 다르고 미국처럼 슈퍼마켓에서 사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허가된 용법용량에 맞춰 먹을 때에만 안전하다는 점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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