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주공과 토공을 합치면 재무 구조가 더 나빠진다. 그래서 공적 기능은 높이면서 사업성과 재무 건전성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통합 작업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설립위원회 사무국의 한 간부에게 “통합공사의 재무 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부채가 85조원에 달하는 ‘공룡 공기업’의 미래가 막막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이 간부는 한술 더 떠 “통합공사의 사업구조를 통합추진위(통추위)의 의결에 얽매이지 않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적지 않은 부분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통추위의 결정에 맞춰 주요 기능을 민간에 이관할 경우 통합공사의 재정 건전성 확보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해양부는 당초 민간에 넘기기로 한 중대형 아파트 분양과 자회사에 이관키로 한 임대주택 운영ㆍ관리사업을 통합공사에 잔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민간과의 경쟁사업 민간 이양’, ‘중복 업무 해소를 통한 경영 효율화 및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통합 명분을 스스로 뒤집는 행위다. ‘민간에 넘길 기능은 과감히 넘겨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평소 발언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는 토공ㆍ주공 통합을 공기업 선진화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야당, 공사의 극렬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밀어붙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10여 년을 끌어온 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통합법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중복 기능을 은근 슬쩍 통합공사에 놔두려는 행태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다른 정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약속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송영웅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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