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 김모(77) 할머니가 지난 달 23일 1년 4개월 동안 하고 있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국내 첫 공식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순간이었다. 김 할머니는 15분 정도 눈물을 흘렸다.
이를 두고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세상을 뜨게 될 김 할머니의 심정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오갔다. 하지만 의료진은 "의미없는 조건반사"라고 해석했다. 김 할머니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 슬퍼서 우는 게 아닌 '악어의 눈물'
사람의 눈은 항상 눈물로 덮여 축축한 상태를 유지한다. 눈물이 눈의 표면과 각막을 덮어 이물질과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연기 등의 자극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눈을 보호하려고 눈물이 나며, 감정 변화에 따라 정서적인 이유로도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악어는 눈물을 분비하는 누선과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이 매우 가까이 붙어 있어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그 이유는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현상을 비꼬아 먹이를 잡아먹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보통 거짓눈물에 비유한다. 악어의 눈물은 위선자나 교활한 위정자의 거짓눈물 등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보면 잡아 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하는 악어의 눈물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과 <오셀로> 등 여러 작품에서 인용됐다. 오셀로> 햄릿>
■ 음식을 먹을 때 울게 만드는 병
의학용어에도 얼굴신경 마비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악어눈물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이 있다. 환자의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뒤얽혀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과 눈물을 동시에 흘린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뇌외상이나 뇌졸중에서 회복되는 과정이나, 안면신경이 두개골을 통과하면서 압박을 당할 때 나타나는 안면마비가 자연적으로 회복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면신경은 5개의 말초신경가지로 나뉘는데 얼굴 움직임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과 눈물, 침 분비 그리고 입맛도 알게 하는 등 많은 작용을 한꺼번에 하게 된다.
이들 신경가지 중 눈물샘과 침샘을 자극하는 안면신경이 마비됐다가 회복된 뒤, 침샘으로 가는 일부 신경이 눈물샘으로 가는 신경에 '잘못'(전기적인 표현으로 합선) 연결돼 음식을 먹을 때 침이 분비되면서 눈물샘에서도 동시에 눈물이 나오게 된다. 심지어 음식 먹는 생각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눈물이 나기도 한다.
악어눈물증후군은 손상 받은 신경의 이상 재생이나 손상 받은 부위 신경의 여러 섬유간의 교차 자극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증후군의 발생 시기는 안면신경 마비 후 이르면 2~8주, 대개 6개월 이후 나타난다.
누네안과병원 유용성 원장은 "악어눈물증후군 치료는 관찰만을 하는 보존적 방법부터 근치적 수술까지 다양하지만 최근 보툴리눔 독소(보톡스)를 이용한 주사요법이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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