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안경환 인권위원장이 30일 임기를 넉 달 여 남겨두고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에 사직서를 낸 뒤 ‘사퇴의 변’을 통해 “임기 만료일까지 복무하는 것이 도리겠지만 8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연례총회에서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회장 후보국과 후보자가 선출되는 사실을 감안해 조기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안 위원장이 조기 사퇴를 통해 정부 측에 “차기 인권위원장이 2010년 3월부터 3년 임기의 ICC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국제 기준에 맞는 인사를 뽑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29일 임기가 만료되는 안 위원장이 APF 총회에 참석해 ICC 회장국 선출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으나, 후임자가 직접 맡아 국제적 검증을 받으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조속히 후임자가 임명돼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그동안 크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며 “ICC 회장국직을 수임해 인권선진국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길 바란다”고 뼈 있는 당부를 남겼다.
인권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그간 인권위 조직 축소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크게 느껴왔는데, 지금이 사퇴 적기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후임 인권위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최경숙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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