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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시험지 받아든 새 검찰총장

입력
2009.06.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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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닻을 올릴 '천성관 호(號) 검찰'의 항로를 점칠 수 있는 대형 공안 사건이 생겼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시국선언을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88명을 해임 등 중징계키로 하고 우선 41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과연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까.

천 내정자 취임 전부터 사건 처리 결과를 주목하는 것은, 이 사건이 천 내정자가 이끌 2년 동안 검찰이 정치 권력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하는 단초가 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나는 것도 모자라 영어의 몸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천 내정자를 낙점한 의중이 십중팔구 시국선언 교사 처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첫 공안사건이 교사시국선언

익히 알려진 대로 천 내정자는 공안 검사다. 이력을 보면 그는 공안 이외의 다른 분야로 한 눈을 판 적이 없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때는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사건, MBC PD수첩 사건 등 정치ㆍ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처리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그것은 천 내정자가 검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주문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드가 맞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천 내정자 지명 직후 검찰에 "법치를 확고히 지키라"고 지시했다. 언뜻 늘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촛불 집회ㆍ시위 대응, 미네르바 사건 등 인터넷 공간 통제,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최근의 집회ㆍ표현의 자유 제한 논란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한 처리 과정과 결과를 보면 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은 체제 수호와 정권 보호라는 검찰 내 공안적 시각과 닿아 있다.

결국 검찰 선배 7명을 제쳐두고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이 대통령의 뜻을 아는 천 내정자가 이 사건 처리에서 선택할 카드는 하나, 교사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 뿐이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약하면, 전교조 사무실과 교사들 이메일을 뒤져 별건 수사의 단서를 잡아서라도 그들을 사법처리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현 정부 출범 후 검찰이 보여준 모습과 천 내정자 이력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사건 처리 수순 아닐까.

교사 시국선언이 체제를 위협할 만한 불법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교과부는 교사 시국선언이 공무원의 '공무 외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과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국과 교육 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을 정치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치활동이란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과 관련된 행위를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범위를 시국 상황과 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집단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교과부는 이미 자체 법률 검토를 거쳐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취지로 볼 때 서명운동을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직무를 태만히 하는 집단행위로 볼 수 없다"며 교사 고발 조치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쯤 되면 정부가 교사 시국선언만 문제 삼은 이유가 짐작된다. 전교조가 사사건건 정부 교육 정책의 발목을 잡아온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기회에 전교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의사 표현조차 막는 공안 통치

'공안 통치'하면 서슬 퍼런 권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만 공안 통치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공안 통치다. 처벌을 목적으로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것도 넓게 보면 공권력 남용이자 공안 통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천 내정자가 시국선언 교사들에게 어떤 법적 잣대를 들이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임기가 정해진 검찰총장이 공안 통치의 축으로 작용하면서 공을 세우려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만큼은 고발된 교사들이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으면 좋겠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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