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계획 유보에 대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29일 발언은 지금까지의 톤과는 확연히 다르다. 공식 석상(국회)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을 했다는 건,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하는 감세정책의 두 축이다. 이쯤 되면, 대운하와 함께 MB노믹스의 핵심 골간인 감세정책도 사실상 철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게 큰 무리가 아니다.
물론 정부는 윤 장관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윤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즉각 "정부의 입장은 감세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냈다. 윤 장관도 이어진 국회 질의에서 "발언의 진의가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는데 정부의 정책기조 일관성 차원에서 감세정책도 일관성 유지될 것"이라며 "(감세 기조는 유지하되 비과세ㆍ감면 제도 정비를 통해 증세가 필요한 부분은 증세를 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 것이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렇지만 정부와 윤 장관의 해명을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실제로 최근 정부 내에선 감세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재정을 복원하려면, 세출 측면에서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측면에서의 보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비과세ㆍ감면 제도 정비 ▦담배ㆍ술 등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 품목에 대한 과세 확대 ▦할당관세 품목 축소 ▦냉장고ㆍ에어컨 등 에너지 과소비 품목 개별소비세 과세 등 다양한 증세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여기에 '부자감세로 구멍난 재정을 서민증세로 메우느냐'는 비판여론도 거세다. 때문에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인하 보류 쪽에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감세 정책을 스스로 거둬 들이기도 쉽지는 않다. 워낙 상징성이 강한 조치라, 감세에서 손을 뗄 경우 정부 스스로 MB노믹스를 부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급속히 악화되는 재정을 고려하면 법인세나 소득세 인하 등 추가적인 감세에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미 법 개정까지 이뤄진 사안을 이제 와서 유보하는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결국엔 민주당 등 야당에게 등 떠밀리는 형식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인하를 보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그래서 정부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의 추는 감세 기조의 종료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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