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이천수(28ㆍ전남)가 또다시 K리그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2008년 여름 네덜란드에서 K리그로 임대된 이후 터진 '제2의 이천수 사태'는 지난해 12월 수원에서의 임의탈퇴 때보다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천수는 갈 곳 없던 자신을 감싸준 '스승' 박항서 전남 감독에 대한 도의를 저버린 채 해외이적을 추진하고 있어 구단과 팬들로부터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천수 사태'의 전말을 살펴봤다.
■ '이천수 사태'의 발단
올해 전남으로 재임대된 이천수는 서울과 시즌 개막전에서 심판을 모독하는 '주먹감자'와 '총쏘기' 행위로 6경기 출전 정지와 페어플레이기 기수 활동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징계 복귀 후 '속죄골' 등으로 4연승을 이끌며 팀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 같은 활약으로 이천수는 6월부터는 연봉 2억5,000만원에 계약, '연봉 0원'에서 처음으로 월봉을 타게 됐다.
하지만 6월1일까지 이적 우선 협상권을 쥐고 있던 전남에서 이적과 관련된 소식이 없자 8월까지 협상권을 가진 원소속팀 페예노르트가 악화된 재정을 충원하기 위해 이천수의 이적을 추진했다. 이어 이천수가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에 연봉 12억원을 받고 이적할 것이라는 보도가 터지면서 '이천수 이적'은 도마 위에 올랐다.
■ 이면계약, 코칭스태프와 충돌, 무단이탈, 임의탈퇴
전남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이천수의 해외이적이 사실상 확정되자 이면계약 주장이 불거졌다. 이천수측은 '페예노르트에서의 연봉(9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구단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적할 수 있다'는 옵션이 페예노르트와 계약 당시 있었다며 이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이천수가 전남과 계약 당시 없었던 것으로 최근 급조된 옵션임이 밝혀져 도덕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27일 낮에는 코칭스태프와 충돌까지 벌어졌다. 전남 클럽하우스에서 점심 식사 도중 이천수는 '포항 원정경기에 함께 가자'는 박 감독의 지시에 "사타구니가 아프다"고 항명했다. 언쟁 과정에서 코치 한 명이 유리잔을 던졌고 선수들이 몰려들면서 밀고 밀리는 충돌이 발생했지만 '주먹다짐'은 없었다.
충돌 사건 이후 2군 훈련을 거부한 이천수는 페예노르트에서 보낸 관계자와 함께 짐을 싸 팀을 이탈했다. 그리고 2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천수는 "도의적으로 크게 잘못한 부분이 없다. 억울하다"고 밝혀 전남과 이천수의 '폭로전'은 극에 달한 상태다. 29일 긴급 이사회를 연 전남은 결국 프로축구연맹에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요구했다.
■ 국내무대 사형선고
수원에서의 임의탈퇴 후 6개월 만에 K리그에서 두 번째 임의탈퇴 공시를 받은 이천수는 국내무대에서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는 "말썽 나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박 감독의 '포옹'을 스스로 풀어버린 꼴이 됐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머리가 어지럽다.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단념했다.
해외이적은 국내리그 룰이 적용되지 않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이천수가 해외에서 뛰는 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남은 은혜를 알지 못하고 무단이탈과 폭로 등 배은망덕한 행동을 한 이천수에게 '괘씸죄'를 물을 방침이다. 전남으로선 이번 사태로 팀 이미지에 더 없이 큰 타격을 입었다.
임의탈퇴 2차례라는 오점을 남긴 이천수는 해외에서 돌아오더라도 전남이 임의탈퇴를 풀지 않는 한 국내에서 뛰지 못하게 됐다. 또 이천수는 기량뿐만 아니라 인성적인 부분도 중요시 하는 축구대표팀에 승선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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