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박물관 100주년이 되는 해. 한국박물관협회가 생긴 건 33년 전인 1976년이다. 그 해 12월 5일 서울 상봉동 한독의약박물관 회의실에서 한국박물관협회의 전신인 한국민중박물관협회가 창립됐다.
초대 회장 선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당시 삼성출판사박물관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김종규(70ㆍ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씨가 "키 순서로 정합시다"라고 제안,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이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됐다. 33년 전 일을 돌이킨 김종규 명예회장은 "내심 조 박사가 회장을 맡아주었으면 했는데 키가 가장 크길래 그리 말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 명예회장이 최근 한국박물관협회의 역사를 기록한 책 <한국박물관협회 30년> 을 펴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협회를 이끈 그는 이 책에 32개의 박물관으로 출발한 1976년부터 394개 박물관이 등록된 2006년까지의 활동 내역과 현황, 변천사 등을 두루 담았다. 한국박물관협회>
그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회원 박물관들의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당초 2006년에 출간하려 했던 게 3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책이 나오는 사이 박물관의 숫자는 다시 600여개로 늘어났다. 김 명예회장은 "경제적 수준과 문화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개인 컬렉터나 기업이 박물관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특히 2007년부터 정부가 사립박물관에 큐레이터를 지원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장병환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새로 박물관 하나를 만들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들겠느냐. 사립박물관을 지원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문화유산을 사회 공유 재산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설득한 결과였다.
김 명예회장은 2004년 서울세계박물관대회 개최를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꼽았다. "외국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 1,200명이 다녀갔습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작품을 잘 빌려주지 않아 르누아르전 같은 대형 전시 유치가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세계박물관대회 이후 해외에서 대접이 달라졌다고 해요."
그는 2004년 일맥문화대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2,000만원을 이라크 국립바그다드박물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라크전쟁으로 박물관이 파괴되고 소장 유물들이 밀매된다는 소식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문화 유산을 한 국가, 민족의 것으로 보는 국수주의는 의미가 없다"면서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듯, 인류 전체의 문화는 함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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