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 칸을 찾았다가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와 두 차례 마주쳤다. 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선, 그리고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관람을 위해 사람들과 섞인 그의 유난히 커다란 눈망울은 항상 촉촉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던 듯 하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을 넘나들던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으로 세계 관객을 울렸던 고바디는 칸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영화와는 무관한 일로 세계인의 눈시울을 자극했었다. 그는 자신의 약혼녀인 미국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가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8년형을 선고 받자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눈물의 탄원서를 공개했다.
그를 칸에서 만났을 때는 그의 연인이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 직후였다. 사람들에게 흘리던 수줍은 그의 미소는 아마 연인의 무사귀환에 대한 안도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고바디의 개인적 불행이 사라졌음에도 그의 얼굴에서 환희보다 깊은 수심이 더 엿보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상영된 그의 최신작 '아무도 페르시아 고양이에 대해 모른다'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묵직한 자막과 함께 시작하는 '아무도…'의 카메라는 '불경스럽게도' 록 음악에 빠진 20대 초반의 두 이란 남녀의 삶을 좇는다. 풍기문란 죄로 감옥을 경험하기도 했던 두 사람은 당국의 검열을 피해 음악활동을 재개한다.
내친 김에 진정한 '인디' 정신 실현을 위해 밀입국을 추진하고, 영국 런던에서의 자유분방한 콘서트까지 기획한다. 젊고 발랄하고 꿈에 가득찬 그들의 눈을 통해 전해지는 이란의 현실은 온통 잿빛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약혼녀가 구금된 상황에서도 약혼녀와 각본을 쓴 사회 비판적인 영화로 칸 방문을 결정했던 고바디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한편으로 폐쇄적인 이란 사회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고, 두 남녀의 삶의 비극적 종결에 가슴이 먹먹했다.
특히 투신으로 목숨을 재촉한 여주인공의 모습은 최근 혼미한 이란의 정정과 겹쳐 지금도 가슴을 누른다. 지금 고바디를 만난다면 그의 눈망울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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