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던 핵심 프로젝트 중에서 국민의 반대가 큰 일부 정책들이 궤도를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29일 한반도 대운하의 포기를 공식 선언한 것도 그렇다.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표명하지만, 국가 수반이 국민의 반대를 이유로 자신의 핵심 공약을 접었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유보를 시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부자 정책' '부자 정권'이라는 비난에도 미동도 않던 정부가 처음으로 민심에 귀를 열은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15일 밝힌 '근원적 처방'의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 발언 이후 중도 강화론을 밝혔고 직접 시장과 달동네를 찾는 '서민 행보'를 했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정책은 그대로고 말로만 서민이고 민심이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대운하 포기와 감세 유보 시사는 그에 대한 MB식 대답일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머지 않아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할 것이다. 또 8ㆍ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 청사진도 밝힌다. 만약 인적 개편에서 '강부자' '고소영'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또 광복절에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엄존한다. 지금의 변화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결국 해답은 진정성에 있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어려운 서민들과 함께 하는 중도의 길을 간다면 국민화합과 정쟁극복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명운은 바로 그곳에 달려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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