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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마지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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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마지막 강의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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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를 마치며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컴퓨터과학과 교수였던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 비디오를 학생들과 함께 공유했다. 포시 교수는 말기 암환자로서 마지막 강의를 남기고 지난해 7월 췌장암으로 사망하였다. 학생과 동료교수가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들어찬 강의실에서 진행되어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려진 그의 강의 제목은 '어린 시절 꿈을 진짜로 이루기'였다.

그는 췌장을 잠식해가는 암의 고통과 몇 달 남지 않은 인생의 무게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에 '어린 시절의 꿈'과 이를 이루기 위한 삶의 여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강의 내내 활기와 에너지가 넘쳤다. 무중력체험 하기, 미식축구선수 되기, 백과사전 글 쓰기, 스타트렉의 캡틴 커크 되기, 동물인형 따오기, 디즈니창의 엔지니어 되기. 그가 소개한 꿈의 목록은 단순해 보였지만 호기심이 충만한 소년의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였다.

실제 세계에서 꿈은 불가능해 보이고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은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실패와 좌절의 고통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포시 교수는 그의 강의에서 "벽이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역설한다. 사실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벽이라고 하는 것은 당신의 꿈이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간절한가를 보여주게 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포시 교수의 짧았던 삶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한 흥미진진하고 열정적인 여정이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4개의 꿈을 이루었고, 나머지 2 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고교 시절 미식축구 후보선수에 머물렀지만 엄격한 코치로부터 기초와 끈기의 중요성을 배웠다. 또 예상대로 캡틴 커크는 되지 못했지만 컴퓨터과학자로 성공한 후 어린 시절의 영웅을 직접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꿈은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상상력과 창의성의 무한한 원천이자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 원동력이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을 너무 쉽게 잃고 포기해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얼마 전 정년을 앞둔 원로 법조인이 연봉 수억원대의 대형 로펌 고문변호사 자리를 박차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고 해 화제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온 물리학도로서의 길을 뒤늦게나마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그의 용기 있는 고백이 희망으로 다가온다.

미국 하와이대학교의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가 내다보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꿈의 사회'이다. 그녀에 의하면 지금까지 인류문명은 수렵채집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의 발전 단계를 겪어 왔다. 다가올 '꿈의 사회'에서는 기술과 인공지능의 혁신적 발전으로 사람들이 육체노동보다는 각자의 꿈을 가꾸고 키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즈음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유튜브나 트위터 등이 그러한 활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시 교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 '꿈의 사회'의 선구자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가상현실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예술적 상상력과 컴퓨터과학의 융합을 선도하였다.

'마지막 강의'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꿈과 불굴의 의지는 남아 있는 사람들과 미래 세대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꿈을 소중하게 가꾸고, 무럭무럭 키워나갈 수 있도록 '꿈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ㆍ 아태이론물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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