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정치권과 노동계가 머리를 맞댄 '5인 연석회의'가 시한을 이틀 앞둔 28일에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7월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 참가자들이 180도 다른 전망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현행 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대량 실업이 우려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정부ㆍ여당의 과장 논리이며 일부 해고되는 비정규직도 있겠으나 훨씬 많은 사람이 정규직 전환의 꿈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ㆍ여당, "100만명 고용불안"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달력이 7월로 넘어가면 이후 6개월간 최대 100만명이 고용불안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법에 따라 올 7월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는 종업원 5인 이상 사업장의 2년 초과 근속자는 지난해 8월(96만8,000명)보다 소폭 증가한 100만명 안팎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으나 현재의 경기 여건상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해고될 수 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정부ㆍ여당은 노동계가 주장하는 과대포장설을 일축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를 싸잡아 비난했던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25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고용불안 규모를 노동부도 100만명 대신 71만명으로 인정했다는 주장이 있으나, 8월 이후 발생할 숫자(37만명)까지 감안하면 실제 해고위험에 놓인 사람은 100만명이 맞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90% 이상 정규직 전환"
노동계는 고용불안 규모와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대해 전혀 다른 예측을 하고 있다. 현행 법이 그대로 시행되더라도 7월 이후 고용불안 상황에 놓이는 사람은 매월 3만~4만명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이 중 90%는 정규직 전환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올 3월 실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폐업이나 고용조정에도 불구, 직장에 다닐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76.5%가 '계속 다닐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정규직법 시행 대상인 근속년수 2년 초과자는 전체 65만명 가운데 62만명 정도가 '계속 다닐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유선 소장은 "이는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고용계약이 해지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유연성이 관건
중립적 위치의 전문가들은 워낙 민감한 이슈라 공식 의견을 내놓지는 않고 있으나, 정부와 노동계 전망 모두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최악 또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엮어 자신에게 유리한 전망만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노동계 주장보다는 훨씬 많은 규모가 고용불안에 노출되겠지만 그 강도는 정부 예상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 대다수가 저임금ㆍ미숙련 근로자로 노동유연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종로구 A빌딩 미화원이 인근 B빌딩의 미화원으로 옮기는 게 C대기업에서 D대기업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
한 전문가는 "기간 만료로 계약 해지된 비정규직 가운데 70% 이상은 1, 2개월 안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기업들이 계약 해지된 일자리의 상당수를 경기 악화를 이유로 아예 없애 버리면 사태는 심각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존 비정규직법 시행 여파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야당 일각에서는 '7월 처리론'도 나오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투입하느니,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확인한 뒤 정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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