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수도이자 시위 중심지인 테헤란이 공포와 침묵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이란의 민병대와 군, 경찰이 병원까지 급습해 시위 가담자를 색출하는 등 시위의 발본색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CNN방송 등 외신은 이란의 바시즈 민병대가 테헤란 시내 주요 병원을 급습, 시위 도중 다친 사람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있다고 국제사면위원회 발표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CNN은 "일부 바시즈 민병대가 병원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치료차 들르는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공포에 질린 시위 부상자들이 자택에서 의사에게 왕진을 부탁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거리 시위가 금지되자 일부 주민이 발코니와 지붕에서 시위를 했는데 이란 군이 저녁에 이들 자택을 급습, 시위자를 연행했다"며 "이 때문에 발코니, 지붕 시위도 자취를 감추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또 "이란 당국이 주민들의 해외 방송 시청을 막기 위해 주택에 설치한 위성 안테나를 압수하고 있다"며 "테헤란 시내에서는 시위대가 자취를 감추었으며 시민들의 표정에 좌절감, 무력감이 팽배해있다"고 보도했다.
보수파 사이에서는 시위 주동자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 성직자 아야톨라 아흐메드 하타미는 26일 테헤란대에서 열린 금요기도회에서 "교훈을 주는 차원에서 당국이 폭동 주동자를 자비를 베풀지 않고 처벌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여대생 네다 아그하 솔탄과 관련해 그는 "시위대가 선전 목적으로 그녀를 숨지게 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멕시코 주재 이란 대사인 하산 가디리도 CNN방송에 "네다의 머릿속에서 발견된 탄환은 이란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미 중앙정보부(CIA)나 정보기관이 고용한 테러리스트가 네다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무사비는 28일 홈페이지에서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의 재검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이란 정부가 자국 주재 영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이란인 직원 8명을 시위 사태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고 28일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장관은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협박이지 괴롭힘"이라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영국은 이란 정부가 시위를 강경진압 한다고 비난했으며 이란은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경고해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7일 법관 모임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시위 진압을 비난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며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이란 당국이 시민을 난폭하게 진압한 것은 이란과 직접 대화를 바라는 나의 희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을 위한 국제연대'(ICHR)는 27일 "이란 대선(12일) 다음날부터 230명 이상이 이런 정부에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29명만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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