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니를 제쳤다고요? 휴대폰이나 TV 등 몇몇 전자제품에 한정된 이야기죠. 2~3년 뒤면 분위기는 반전될 겁니다."(문화콘텐츠업계 관계자)
한때 연 50%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 수출 증가세가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킬러콘텐츠'를 내놓지 못하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쟁국 일본의 경우 제조업의 신화이던 소니는 '기술'대신 '엔터테인먼트'라는 DNA를 발 빠르게 이식, '꽃을 든 사무라이'로 불리며 세계적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에는 이와 대적할 기업이 없는 것도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문화콘테츠산업은 한류 붐이 조성됐던 2003년 3억152만달러의 흑자를 낸 뒤 2004년부터 적자(-6억9,511만달러)로 돌아서 2007년에는 16억3,318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 분야 수출 증가율도 2003년 60.9%, 2004년 48.9%에 달하던 것이 2006년부터는 1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게임 단일품목의 수출비중이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50.2%(2007년)에 달하고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시장에 편중되는 등 취약점도 갖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TV와 휴대폰을 잘 만드는 한국을 '옹기장'이라고 한다면 일본은 이 옹기에 담을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에 비유될 수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제조업 중심의 국내 경제성장은 한계에 부딪히고 수익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콘텐츠산업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40~50%수준. 2007년 세계 휴대폰시장의 20.2%(2007년)를 차지한 국내 휴대폰의 이익률은 10%선이고, 자동차업체의 영업이익율은 6~7%선에 그친다. 요즘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LCD, LED 방식 등의 TV도 업체에서 "낮은 한 자리 수"라고만 밝힐 정도로 수익률이 낮다.
문화콘텐츠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는 데 이견은 없지만 국내 업체들의 역량과 노력은 미진한 실정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문화콘텐츠 업체의 66%가 종업원 4명 이하이고, 81%가 연 매출 10억원 미만이다. 영세성을 벗지 못해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이 안되고, 대기업의 진출도 어렵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가 콘텐츠 분야에 진출하려 해도 '대기업이 여기에까지 숟가락을 들고 나선다'는 비판을 듣기 일쑤"라며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뒤늦게 미디어솔루션센터를 설립하고 이 분야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주로 판매하는 제품(디바이스)의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콘텐츠 직접 생산보다는 고객이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종합적 솔루션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세한 국내 콘텐츠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KOTRA는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29일부터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코리아 미디어 & 콘텐츠 마켓 2009' 행사를 개최한다.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다국적 게임 개발 및 배급사인 'THQ', 유럽 온라인게임 메이저 배급사인 빅포인트(Bigpoint) 등 34개국 210개사가 참가한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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