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듯 석유화학 산업 역시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사고 없이 공장을 가동하는 게 핵심이자 최고의 경쟁력이다."
유석렬(59ㆍ사진) 삼성토탈 사장은 2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과 대규모 장치 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의 공통점을 이 같이 꼽았다.
삼성그룹 재무담당을 거쳐 1997년부터 삼성증권 사장, 삼성카드 사장을 지내며 그룹 내 재무ㆍ금융 통으로 꼽히던 그는 올 1월 삼성토탈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6개월 동안 화학 책을 끼고 살다시피 했다는 유 사장은 "아직 할 공부가 많이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 상황과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는 모습은 그가 업계를 훤히 꿰뚫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의 큰 수요와 환율 덕택에 회복세를 보였던 유화 업계는 앞으로 전망이 어둡다는 게 중론. 중동과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신ㆍ증설하면서 제품 물량이 크게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주 원료인 나프타보다 3분의 2가 싼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한 중동 제품은 큰 위협이다.
유 사장은 하지만 "유가가 75~80달러 수준에 머물러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를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원료 다변화'를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와 콘덴세이트(가스가 압축ㆍ혼합된 액화 상태의 물질) 등 대체 연료의 비중을 17%에서 38%까지 늘려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 삼성토탈은 LPG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6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인 4만톤 규모(지름 60m, 높이 30m)의 LPG 저장 탱크를 만들고 있다.
유 사장은 또 중동 기업들의 '약한 고리'를 찾아내 집중 공략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초 원료는 차별화하기 힘들지만 중국 시장 1위인 병뚜껑 원료 폴리에틸렌(PE) 캡, 가전제품 용 폴리프로필렌 등 합성 수지 분야는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전 세계가 알아주는 에너지 효율성 역시 삼성토탈의 강점이라고 했다. 실제 세계적 컨설팅업체 솔로몬이 전 세계 화학 업체를 대상으로 한 집계(2007년 기준)에서 삼성토탈은 에너지효율성 면에서 NCC(납사분해공장)와 SM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유 사장은 당장 대규모 투자 계획은 없을 것이라며 사업 안정에 힘을 쏟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는 대산공장에 아직도 35만평이나 부지가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11년 이전에 또 다른 투자 계획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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