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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의 간이역' "아름답지만 아픈"… 건축·역사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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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의 간이역' "아름답지만 아픈"… 건축·역사적 분석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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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글ㆍ사진/인물과사상사 발행ㆍ368쪽ㆍ1만7,000원.

건축학의 전문지식을 대중 눈높이의 이야깃거리로 풀어내는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가 이번엔 간이역을 소재로 삼았다.

간이역에 대한 글과 책은 적지 않다. 대부분 그곳에서의 서정적 분위기와 아련한 향수를 섬세하게 포착한 것들이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일제의 수탈 수단으로서 간이역의 정체성에 주목한 것들도 있다. 저자는 "양 극단의 감정이 공존하는 간이역이라는 건축물에 대해 정작 건축적 분석은 없었다"며 그 빈 공간을 "건축전공자인 내가 기여할 틈새시장"이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상반되는 두 태도에 대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양쪽 모두에 인식의 확장을 돕고자 함"이라고 책을 쓴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처음 찾아간 간이역인 중앙선 능내역에서의 충격을 얘기한다. "충격은 두 갈래였다. 우선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답고 너무 서정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건축 내용이었다. 이 자그마한 건물 한 채가 담고 있는 건축적 내용이 굉장히 다양하고 풍부했다."

이 책의 차별성은 저자의 '두 번째 충격'에서 찾을 수 있다. 임 교수는 "역사도 시간이 지나면 문화가 되고 예술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 인정하면서도 "간이역에 쓴 건축부재 하나하나에도 식민 수탈의 증거가 나타나게 되어있다"며 간이역의 건축ㆍ역사적 의미를 분석한다.

지극히 간결한 자태로 서 있어, 이제 처연함을 느끼게 하는 간이역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간이역이 건축되던 당시 상황에 대입해 보면, 수직 비례는 한반도를 제압하며 일본다움을 과시하려는 조형성인 반면 수평 비례는 한국다운 정서가 스며든 결과로 대비시킬 수 있다."(28쪽)

저자는 요즘 지자체마다 초고층 건물을 못 지어 안달인 조바심의 뿌리를 여기서 캐낸다. "수평선(한국적인 것)이 수직선(일본적인 것)에 당했다는 패배의식을 만회하기 위해 가일층 수직선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직선이 선진국을 담보하는 보증수표인지부터 시작해, 한국 현대사회에서 수직선이 갖는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

책은 간이역 구석구석에서 우리가 소박함과 향수를 느끼게 되는 근인을 건축학적 관점에서 풀어준다. 터를 잡고 앉은 모습에서부터 창과 문, 차양, 박공 등의 크기와 비례 등의 미감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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