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여성과의 혼외 정사를 고백한 마크 샌퍼드(49)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미국 정계에서 퇴출되는 수순에 들어갔다. 예비역 공군대위, 3선 하원의원, 재선 주지사에 이어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의 경력을 착실히 쌓아온 유력 정치인이 한 순간에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회는 샌퍼드 주지사가 도덕성 훼손으로 주지사 임무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탄핵 절차 논의에 들어갔다.
통신은 "샌퍼드 주지사가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개 석상에서 부인 제니 샌퍼드의 용서를 받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스캔들로 샌퍼드 주지사의 평판이 워낙 허물어진 터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인들 사이에 '샌퍼드 주지사가 경기 부양법안(stimulus package)을 반대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자극적인(stimulating)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조롱조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퍼드 주지사의 스캔들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은 유럽 기준에서 보면 가혹하다고 할만하다.
미 CBS방송은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0대 소녀와의 스캔들이 터져도 끄덕 없고,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임기 중 이혼과 재혼을 했지만 정치적으로 건재하다"며 "유럽에서는 중년 남자의 일탈 정도로 여겨질 법한 일이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인 스캔들에 관한 미국과 유럽인의 상반된 반응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건국 이념인 청교도 정신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AFP통신은 "17세기 초반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와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겼다"며 "정직, 성실 같은 정신이 미국인의 의식과 행동 양식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혼자의 간통은 청교도 정신에 위배돼 미국인에게 본능적인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인의 스캔들이 청교도 정신을 거듭 거스르는 위선과 결합되면 미국 사회에서는 용서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두 차례 이혼했고 혼외정사 경력이 있지만 가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살아 남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엘리엣 스피처 전 뉴욕검찰총장,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로 나섰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존 엔자인 상원의원(공화당)은 동료 정치인의 불륜 스캔들을 앞장 서 공격했거나 가족의 가치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강조하다 스캔들로 재기 불능에 빠졌다.
WSJ은 "샌퍼드 주지사는 애팔라치아 산맥으로 하이킹을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과거의 사례로 볼 때 그의 몰락은 확실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스캔들이 미국인이 정치인에 요구하는 도덕적 수준이 유럽인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혼율이 50%가 높은 미국 사회에서 유독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중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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