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등의 소집 요구에 따라 6월 임시국회가 개회한 26일, 국회 의사당엔 서로를 비난하는 여야의 날선 구호들만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의사 일정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여야가 서로 등을 돌리면서 상임위와 본회의는 이날 전혀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점거 농성을 나흘째 이어갔고,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6월 처리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강 대 강이 맞붙은 여야 대치가 풀릴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농성 중인 본회의장 입구 맞은 편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총을 갖는 것으로 6월 국회 일정을 시작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들어오면서 입구에서 농성 중인 (야당) 의원들을 봤을 것이다. 국회를 열지 말자고 농성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야당 비판으로 말머리를 열었다. 그는 이어 "부당한 요구를 들어 주면서 끌려 다니는 당이 되지 않겠다"며 "29일부터 당당하게 상임위를 열어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킬 것은 시킬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것을 인정하고 500만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선택된 정부가 제대로 일 좀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한다"고도 했다.
박희태 대표도 "더 이상의 인내는 이제 미덕이 아니라 유약함이고 직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제 진군할 때가 됐다"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결의대회를 갖는 것으로 6월 국회를 시작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4당은 의원과 당직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단독국회 규탄 및 언론악법ㆍ비정규직악법 저지 야4당ㆍ시민사회공동 기자회견'에서 "법안 개악 음모를 중단하지 않고 단독처리하면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민주당은 오후엔 강경파 초ㆍ재선 의원 18명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의총를 가지면서 세몰이를 이어갔다. 정세균 대표는 "거대여당에 의해 국회가 다시 전쟁터로 변할지도 모르는 엄혹한 상황에 몰려 있다"며 "우리 뒤에는 국민이 있다.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우리를 밀어 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단단하게 앞으로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오늘은 백범 서거 60주년인데 백범 선생을 암살했던 친일수구보수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지금 단독국회는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 전원과 보좌진에게 주말 휴일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처리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 점거 농성자들을 끌어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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