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용자가 문 없는 개방형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수치감을 느꼈다면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전주교도소에 수용된 기결수 김모(26)씨가 "문 없는 화장실 이용으로 느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국가배상을 인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2003년 강도상해죄 등으로 8년10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 수용됐다. 당시 김씨가 수용된 방에는 높이 60~70cm의 불투명한 가리개만 있고 문이 없는 구조의 개방형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화장실 사용 때마다 은밀한 신체 부분이 노출돼 굴욕감을 느꼈고, 역겨운 냄새와 소리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 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또 교도소 규율을 위반해 열흘간 실외운동을 금지당한 것과 교도소의 이송 착오에 따른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다.
1심은 개방형 화장실 사용과 실외운동 금지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이송 착오에 대한 손해배상 30만원을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씨가 제기한 세 가지 청구를 모두 이유 있다고 판단해, 화장실 부분 50만원, 운동 금지 50만원, 교도소 이송 착오 50만원 등 모두 15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은 화장실 사용과 이송 착오에 따른 손해 배상만을 인정해 "국가는 김씨에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실외운동 금지에 대해서는 "교도소장의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파기 환송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현재는 교정시설 내 2인 이상을 수용하고 있는 모든 거실(감방)에 화장실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며 "다만 독거실의 경우 일부 화장실에 문이 없이 가림막만 설치된 곳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광주교도소도 2006년 모든 화장실에 밀폐형 문을 설치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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