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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김소진의 따뜻한 시선 소설 '장석조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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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김소진의 따뜻한 시선 소설 '장석조네 사람들'

입력
2009.06.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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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소진은 나에게 대학시절 내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준 소중한 사람이었다. 물론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작품집은 언제나 내 책상의 책꽂이 한가운데에서 밤마다 글쓰기에 매달리고 있던 나를 지켜주었다. 나에게 김소진은 진정성이 있는 문학이란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준 살아있는 우상이었다.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쓴 희곡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2006)에서 나는 김소진을 우리 시대의 가장 솔직한 리얼리스트로 불렀다.

사회학자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에서 이름을 빌린 첫 소설집으로 등장한 김소진은 삶의 진정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리얼리스트로 기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30대 후반의 나이에 안타깝게 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완성도가 고른 촘촘한 단편소설을 충분히 발표하고, 첫 장편소설을 집필하던 중 떠나간 김소진의 공백이 여전히 안타깝다.

얼마 전 김소진의 장편 연작소설 <장석조네 사람들> (1995)을 무대에 올리는 오래된 꿈을 실현했다. 김소진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기찻길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소설은 살아있는 생활어와 토착어, 아름다운 순우리말 방언의 향연으로 흥겨운 말의 잔치를 보여준다. 소설가가 쓴 대화가 이토록 생생한 입말의 울림을 전해준다는 사실에 우리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놀라워했다.

탁월한 인물 묘사 또한 극중 인물들이 눈앞에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대사와 지문으로 곧바로 옮기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연극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걸쭉한 입담과 강건한 구어체, 긴장감 있는 구성으로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장석조네 사람들> 은 1970년대 도시 빈민들의 숱한 애환과 사연들을 감칠맛 나는 언어로 복원한다.

그리고 가난과 폭력성을 극복하는 소박한 인도주의의 따뜻한 시선은 삶에 대한 애정이 물씬한 강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지금 자기 이름 석 자가 힘겨운 사람들 모두, 장석조네 사람들의 건강한 삶의 태도를 엿보길 바란다. 그리고 김소진의 문학작품이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 숨쉬길.

김재엽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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