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국교직원노조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8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소속 교사 88명을 해임ㆍ정직 등 중징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전교조도 즉각 '제 2차 시국선언'과 '교과부 장관 고발 검토'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유례없는 중징계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검찰 고발도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초강경 대응 방침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교과부는 시국선언 전날인 17일 전국 시ㆍ도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교원노조법과 집단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결론짓고, 관련 교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강경조치 배경에는 가뜩이나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청소년들의 이념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현장이 정치 이념으로 물들 경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3개 공무원 노조가 전교조의 뒤를 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한다고 예고한 마당에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누적돼온 정부-전교조간 갈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교조는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 다양화 방안 등 현 정부의 수월성 강화 정책들을 극렬히 반대해 왔다. 교육 당국도 이에 뒤질세라 각 시ㆍ도교육청이 과거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잇따라 해지하는가 하면,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체험학습을 허락한 일부 교사에 대해 중징계(파면ㆍ해임)를 내리는 등 전방위적인 '전교조 옥죄기'에 나섰다.
교과부가 정진후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본부ㆍ지부 임원 전원에 대한 검찰 고발 방침을 언급한 것도 향후 양측간 극한 대립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지도부의 손발을 묶어 전교조의 투쟁 동력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전교조가 2차 시국선언과 함께 28일 긴급 중집위를 소집, 법적 대응 등 고강도 투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당분간 교육 현장의 이념 대립은 격화할 전망이다. 당장 시ㆍ도교육청별로 열릴 징계위원회부터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들을 징계할 때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징계위 개최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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