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추진으로 잡음을 빚고 있는 이천수(28ㆍ전남)가 28일 포항과의 2009 K리그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박항서 전남 감독은 경기 전 "훈련 중 사타구니 부상을 입어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정상 컨디션이었다고 해도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천수는 구단 모르게 해외 진출을 추진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수원에서 임의탈퇴 공시돼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던 그를 끌어 안았던 전남으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이천수의 '천방지축 이미지' 때문에 영입을 주저했던 전남은 결국 이천수 특유의 돌출 행동 탓에 승부처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전남은 현재 중요한 고비에 있다. 시즌 초반 바닥을 치다 4월 후반부터 4연승 행진을 벌이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가 했지만 지난달 23일 성남에 1-3으로 패한 데 이어 20일 전북에 1-3으로 패배, 하위권 팀들에 바짝 쫓기고 있다.
특히 28일 포항전은 전남에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포항에마저 패하면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하게 될 위기에 놓임은 물론 '제철가 형제 구단'의 라이벌전이라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런 중대한 고비를 앞두고 팀의 주축 공격수인 이천수는 갑작스럽게 이적을 추진하며 팀 분위기를 흐트려 놓았고 전남은 포항에 1-2로 패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특히 사령탑으로서 부담을 떠안고 구단에 이천수 영입을 건의했던 박항서 감독은 애제자에게 배신을 제대로 당한 셈이 됐다. 피말리는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제자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은 형국이 된 박 감독의 속이 바짝 타 들어갈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박 감독은 포항전이 끝난 후 침통한 표정으로 "현재 팀이 여러가지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빨리 추스르고 일어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포항=김정민 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