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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의 나의 꿈 나의 도전] <1> 이뤄야 할 꿈이 있어 좌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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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의 나의 꿈 나의 도전] <1> 이뤄야 할 꿈이 있어 좌절할 수 없다

입력
2009.06.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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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실패와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만큼 몸과 마음이 건강한 가운데 자신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왜 그럴까? 본래 좀 불민한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내게는 꼭 이루어야 할 꿈이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열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1986년 '5ㆍ3인천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원고지 5,000매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쓴 일이 있다. 그 첫머리에 '우리는 잘 살 수 있는가? 그렇다. 우리는 잘 살 수 있다. 나는 국민대중으로 하여금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자유와 평화와 복지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와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교도소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그토록 많은 분량의 글을 썼을까 싶다. 민주화운동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했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실패와 시련을 겪고서도 사회운동과 정치활동을 계속해온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꿈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화와 세계화의 정보문명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지금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에 잘 대응하면 참된 의미의 자유와 평화와 복지와 자아실현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진보정치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다.

나의 인생역정은 이러한 꿈과 확신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 와중에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었지만 고통과 좌절을 느끼기보다 보람과 기쁨을 맛보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사회운동의 목표인 '인간해방'이 정치이념으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철학으로 실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간해방은 나의 민주화운동 목표이기도 했지만 일상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과제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의 꿈과 확신을 이루기 위한 민주화운동이 내게는 신앙 그 자체였다.

즉 신앙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해방을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자연과 노동과 사랑에 관한 내 나름의 철학을 정립하여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 이를 통해 구원과 해탈로서의 법열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또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덕분일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개인적 체험을 말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의 철학적 의의를 말하고 싶어서다.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이 분명히 사회의 민주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그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속에서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중생이 앓으니 나도 앓는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이 불만과 갈등, 대립과 투쟁으로 혼란스럽고 불안하기 그지없는 터에 어떻게 자유와 평화와 자아실현의 법열을 누릴 수 있겠는가'라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 소명의식에 기초해 신앙의 자세로 꿈과 확신을 이루기 위해 민주화운동이나 정치활동을 할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을지라도 일상의 보람과 기쁨을 넘어 신앙적 체험으로서의 법열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또 내 경험이다. 사실은 내 생각이거나 내 경험이랄 것도 없다. 성현들의 가르침이 다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는 민주화와 인간해방의 새 세상을 건설키 위해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정립하거나 이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의 자기 해방적 의의를 대중에게 설명키 위해 많은 글을 써왔다.

그리고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에의 적극적 참여는 결국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고,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의 자기 해방적 의의는 곧 사랑의 무한한 힘에서 나온다고 믿어, 사랑의 정치철학을 줄기차게 주창해왔다.

요즘은 운동권에서도 사랑이란 말이 널리 쓰이지만 과거에는 사랑이란 말을 쓰면 운동권에 끼이기 어려울 정도였던 점을 생각할 때 꽤나 주체성을 견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나는 나의 인생역정을 연재해달라는 한국일보사의 요청에 대해 무척 망설였다. 무엇보다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었고, 함께 활동해온 분들께 누를 끼치는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것이 별로 없는 데다 민주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별로 좋지 않은 때라 글을 쓴들 누가 의미 있게 읽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글을 쓰기로 한 만큼 그런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면서 파란만장 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나의 인생역정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사를 넘어 한국현대사의 한 부분이 되어?할 것이고, 특히 역사를 기술하는 엄정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든가 '과거를 가지고 미래와 대화하는 것이 역사학의 본질이다'라고 한 역사학자들의 말대로 과거의 기술에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고 미래의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역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마천의 <사기> 는 그 어떤 철학이나 사상 또는 윤리, 도덕에 관한 책보다 중국이라는 거대국가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더없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또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열악한 조건에서도 <조선상고사> 를 집필한 것은 조선족의 뿌리인 상고사를 정리하는 일이야말로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가장 요긴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흑인의 식민사를 기록한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가 그 어떤 흑인해방투쟁보다 흑인해방에 더 크게 기여했음을 상기할 때 역사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어찌 이런 위대한 역사서를 흉내라도 낼 수 있으랴. 그러나 귀감으로 삼으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써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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