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건없는 대화'로 협상의 여지를 보였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마지막 안을 거부하자, 사측이 결국 노조원들이 농성중인 공장에 진입해 양측간 물리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
노조, 사측 최종안 거부
쌍용차는 26일 오전 평택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력구조조정 최종안'을 발표하며 점거 농성 중인 노조원에게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우선 정리해고 직원 976명 중 200명에 대해 무급 휴직으로 처리한 뒤 2012년까지 우선 재고용을 해주겠다는 것. 다른 270명은 분사를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50여명은 영업사원으로 일할 기회를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측은 나머지 450여명에게는 희망퇴직 기회를 재부여하고 5년 내에 인력충원이 필요할 때는 정리해고자 및 희망퇴직자를 재고용 하는 '제한적 리콜제'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은 '총 고용 보장'을 고수하며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발표 직후 "사측이 제시한 분사 및 영업 전직, 우선 재고용, 희망퇴직 등은 모두 해고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2012년까지 무급 휴직안은 3년간 무급으로 살라는 비현실적인 안"이라고 반박했다.
제2의 용산 참사 가능성
사측은 '최종 안'이 거부되자 결국 이날 오후 36일째 잠겨있던 공장 문을 따고 농성장으로 진입했다. 사측 임직원 3,000여명은 노조원들과 3시간여 대치 끝에 본관 건물을 장악했으나, 노조원들은 자동차 차체에 페인트 칠을 하는 도장공장으로 집결해 '벼랑 끝 농성'으로 맞섰다. 도장공장 안에는 시너와 페인트 등 각종 인화성 물질이 가득해 사측이 진입을 시도할 경우 자칫 대형화재로 인한 '제2의 용산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날로 악화하는 쌍용차의 경영 상황이 양측을 사생결단식 대립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2,7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쌍용차는 이달 판매량이 90여대에 불과해 회사 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는 궁지로 몰리고 있다.
노조원들이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한 조업을 재개하기는 어려워 사측 직원들이 극단적 선택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총 고용 보장'을 내세운 노조측 파업이 모두를 해고시키는 격이 돼 노조로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공장 진입에 대해 "사전에 계획된 것은 아니며 노조가 사측 제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에 대다수의 직원들이 감정이 격해져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 지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노사분규 당사자가 아니므로 노조가 요청한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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