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참 한심한 '떡볶이' 공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참 한심한 '떡볶이' 공방

입력
2009.06.28 23:50
0 0

주말에 여야는 난데없이 민주당 중진 이석현 의원의‘떡볶이집’ 발언을 두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이 의원은 26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한다. 떡볶이집에 가지 마십시오. 손님 떨어집니다. 아이들 들어 올리지 마십시오. 애들 경기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통 떡볶이집에 들러 어묵을 사먹고,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를 안아올린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ㆍ중도강화 행보를 비꼰 것이다.

대통령이 무슨 문제아나 되는 것처럼 ‘이거 하지 말라, 저거 하지 마라’는 말본새가 좋지는 않았지만,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필요한 건 대통령이 서민과 사진용 장면이나 연출하는 이미지 정치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정책방향의 전환이라는 점을 일깨우려는 충정이 있었다면 말이다.

이 의원이 말장난을 시작했지만 그 이후는 더욱 가관이었다. 27,28일 여야 설전의 초점은 엉뚱하게도 이 의원의 말이‘대통령이 다녀간 떡볶이 집은 망할 것’이라는 뜻이었느냐로 옮겨갔다.

한나라당이 논평 등을 통해 이 의원 발언 내용을 살짝 비틀어 “민주당이 서민들에게 못 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는 식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민생은 챙기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문제의 떡볶이집 주인 아들이 보내온 이메일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 의원 발언 때문에 정말로 가게에 영향이 있으면 책임질 것인가”는 대목이 있으니 한나라당이 활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그러자 이번엔 이 의원이 발끈했다. 그는 해명자료를 낸데 이어 일요일엔 기자회견을 자청, “떡볶이집 망한다고 말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회의 한 켠에선 비정규직법 시한폭탄의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데, 야당 중진이‘서민 살리기’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여당 대변인의 사과에 집착하는 모양새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야당은 막말성 발언으로 대통령의 정치 제스처를 조롱하고, 여당은 이를 왜곡해 싸움을 거는 것이 우리 정치의 ‘찌질한’현주소이다.

김영화 정치부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