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지와 스켈레톤에 이어 봅슬레이까지. 동계스포츠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36ㆍ강원도청)가 세계 최초로 썰매 3종목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다. 강광배는 98나가노동계올림픽에선 루지, 2002솔트레이크와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선 스켈레톤 선수로 출전했다.
■ 외국인 코치 영입 위해 감독 사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면 썰매계를 떠날 생각입니다." 26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강광배의 각오는 비장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썰매를 샀고, 한여름에 썰매를 타러 미국에 가잖아요. 올림픽 출전은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 감독 겸 선수였던 강광배는 최근 감독자리에서 물러났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코치 2명에게 줄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선 훈련에만 매달려야 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오려고 자진 사퇴했다.
■ 한ㆍ일 봅슬레이 전쟁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는 17개국 30개팀이 출전한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가순위가 17위 안에 들던지 아시아 1위가 돼야 한다. 2008~09시즌에 한국은 국가순위 17위, 일본은 15위였다. 하지만 올림픽 시즌은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 한국이 올림픽에 나가려면 일단 일본을 이겨야 한다.
강광배는 봅슬레이 조종사(pilot)로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출발 속도가 워낙 느려 지난 시즌 세계 순위는 38위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 출발선에서 썰매를 밀고 달릴 선수(pusher)들을 뽑았다. 이들이 출발 시간을 0.4초만 당겨주면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
■ 제2의 인생 시작한 햇병아리 푸셔
"범수, 발 앞꿈치로 뛰면 안돼!" 알렉산드르 스트렐초프(33ㆍ우크라이나) 코치는 박범수에게 "발바닥 가운데가 땅에 먼저 닿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밀면서 달리려면 빙상 주법이 필수. 박범수(20ㆍ경성대) 등은 10일부터 태릉선수촌에서 빙상 주법을 배웠다.
원반던지기 선수 출신 박범수는 "봅슬레이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썰매를 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새로 뽑힌 햇병아리 푸셔들은 태릉선수촌에서 체력훈련과 함께 빙상주법을 배운 뒤 다음 달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 한국 봅슬레이 가능성 무궁무진
2008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스트렐초프 코치는 "출발 속도만 빠르면 한국이 봅슬레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광배도 "일본에 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타트만 빨라지면 올림픽 메달도 가능합니다. 봅슬레이는 30m만 잘 뛰면 '최고'입니다. 육상 선수 가운데 30m까지는 잘 뛰지만 100m는 자신이 없는 선수가 봅슬레이 선수로 제격입니다. 우리 목표는 단순히 일본 타도가 아닙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은 9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치를 계획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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