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은 경제위기를 수습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투자 여건 조성 등 재도약의 틀을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기업들이 스스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도록 뒷받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자리 확충, 물가 안정 등에도 역점을 둬 서민층도 경기 회복을 시차 없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부동산시장 예의주시
정부는 최근 국지적으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에는 대출 규제로 맞설 방침이다. 올들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월평균 2조2,000억원씩 느는 등 평년 수준(1조4,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 정부는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이 되면 ▦주택담보대출 총액을 제한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ㆍ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더 조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금시장 선순환유도
금융ㆍ외환시장에 위기 면역체계를 갖추는 일도 해야 한다. 특히 시중에 넘치는 돈이 실물로 흘러가도록 자금 흐름 개선도 시급하다. 40조원 한도로 조성된 구조조정기금을 바탕으로 금융권의 부실채권 인수를 본격화하고, 인수합병(M&A)펀드를 조성하고 우량 공기업의 조기상장과 해외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유치에 나선다. 금융회사 평가항목에 위기설의 근원인 단기외채비율을 포함하는 등 외화차입의 장기화를 유도함으로써 외채구조의 건전성도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대기업 위주로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내달 15일까지 여신 50억원~500억원 기업 861곳부터 수술대에 오를 대상을 가린 뒤 11월말까지 4만여 개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대상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민경제 지원
정부가 새롭게 '친(親)서민'의 기치를 들고 나오면서, 생활물가, 일자리, 교육비 등 서민생활 대책도 핵심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우선 서민 체감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우선 농축산물, 가공식품 등 생필품 물가부터 잡을 계획. 농산물의 경우 중기생산관측을 도입해 보다 정밀하게 수급을 조절하고, 가공식품 등 생필품의 판매가격정보를 소비자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공공요금 원가 자료도 공개한다.
또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려 전일근무가 어려운 여성, 청년, 고령자 등의 일할 기회를 넓힌다. 공공부문부터 단시간 근로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는 등 '질 높은 파트타임'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도 활성화한다. 희망근로 일자리나누기 등의 추경 일자리 대책의 추진상황도 점검하기로 했다.
사교육비 경감 등 교육복지 확충도 민생 차원에서 중요하다. 2학기부터는 대학 등록금 대출 금리를 1~1.5%포인트 낮추고, 등록금 분할납부ㆍ카드납부가 확대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내달까지 전국 300개 초ㆍ중ㆍ고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하는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3자녀 이상 가구에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영세민 자활을 돕는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성장동력 확보
정부는 민간이 자생적 회복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기업의 투자 위험을 공공부문이 나누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할 때 기존에는 대출에만 의존했으나, 공공부문이 공동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녹색산업에도 투자자금이 유입되도록, 녹색기술산업에 대한 중장기 육성플랜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 석유공사(1,000억원) 광물공사(100억원) 등 공기업이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자원개발펀드를 조성, 시중 민간자금을 해외자원 개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한다. 1,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M&A펀드를 조성해 부품ㆍ소재 분야 중소기업의 M&A를 촉진하고, 상품기획ㆍ연구개발ㆍ수출 역량이 뛰어난 중소기업들을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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