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성의 영문 표기를 흔히 쓰이고 있는 'Park' 대신 'Bak'으로 하고, 이씨는 'Lee' 대신 'Yi'를 쓰자는 안이 나왔다. 국립국어원은 정부의 로마자ㆍ외래어 표기법 개정 추진에 맞춰 25일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씨 로마자 표기법 2차 시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은 박, 배, 부씨 등 'ㅂ' 음으로 시작하는 성씨가 많은데 유독 박씨만 'Park'로 쓰는 것이 혼선을 줄 수 있고, 'Yi'는 이미 배포된 한국 관련 해외자료 등에 이씨를 'Yi'로 표기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생소한 표기법이라는 이견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시안은 3대 성씨 중 김, 이, 박씨의 경우 'Kim', 'Yi', 'Bak'으로 각각 표기했으며, 정, 최, 조 씨는 'Jeong', 'Choe', 'Jo', 강, 유, 윤씨는 'Kang', 'Yu', 'Yun' 등으로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여권에 주로 쓰이고 있는 표기 방법(2007년 기준)에는 'Lee'라고 쓰는 경우가 98.5%인 반면 'Yi'라고 적는 경우는 1%에 불과했다. 박씨는 'Park'(97.3%), 정씨는 'Jung'(48.6%), 최씨는 'Choi'(93.1%), 유씨는 'Yoo'(42.6%), 윤씨는 'Yoon'(48.9%)으로 표기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시안은 성씨 표기안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으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아 수정해가면서 합리적인 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ㄱ'으로 시작되는 김, 강씨의 경우 대부분이 'G'가 아닌 'K'를 쓰는 점을 감안해 'Kim'과 'Kang'을 시안으로 제시하는 등 현실을 고려하면서 로마자 표기법의 일반원칙을 적절하게 수용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안은 국립국어원이 2001년에 이어 두번째로 제시한 것으로, 성씨마다 예외적인 표기 한 가지를 더 인정해 복수 표기법을 제시했던 1차 시안보다 가급적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짜여졌다.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성씨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논란 끝에 2002년을 끝으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장인철 기자 ic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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