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화났다. 환경부가 5월 입법예고에 이어 가을 정기국회를 전후해 매듭지으려고 추진 중인 '자연공원법' 및 하위법령 개정 작업 때문이다.
이 법령 개정의 골자는 국립공원 등 공원 내의 현행 5개 용도지구 중 주민이 거주하는 자연마을지구, 밀집마을지구, 집단시설지구 등 3개 지구를 '공원마을지구'로 단일화하고,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국립공원 생태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령 규정도 포함됐다.
불교 조계종은 이에 대해 "지리산을 케이블카로 헤집고, 사찰 주변에 노래방과 단란주점을 끌어들일 법령 개정을 환경부가 불교계와 협의조차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자연공원에서 사찰지를 제외해 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은 7월 2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전국 본ㆍ말사 주지 1,500여명이 대부분 참가하는 자연공원법 반대 결의대회를 갖고 실력 행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자연공원과 사찰 환경을 둘러싼 정부와 불교계의 마찰은 해묵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특기할 만한 대목은 조계종의 반발이 자연공원법과 국립공원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적 반대운동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 조계종은 이 같은 사태 확산이 불교계를 무시해온 환경부의 일방 행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계종 기획실장 장적 스님은 "1967년 '공원법' 제정 후 종단 사유지인 사찰지가 국립공원 등으로 강제 편입되면서 사찰과 사찰지의 사용과 관리 문제를 정부가 주도해왔다"며 "불교계가 그동안 공원법에 따른 규제를 따라온 것은 이 법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편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적 스님은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양해를 불교계가 무기력하기 때문인 것으로 오판하고, 이제는 규제를 넘어 사찰지와 그 주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불교계는 자연공원법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이에 따라 사찰과 사찰지를 환경부가 관리하는 자연공원에서 제외해 공원법 제정 전인 1962년부터 있었던 '문화재보호법' 등의 취지에 따라 '문화유산지역'으로 대체 지정해 관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정부가 사찰과 협의 없이 등산로를 개설하는 등의 일방 행정을 막을 수 있고, 사찰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적 스님은 "자연공원법 반대가 국립공원 출입 때 사찰이 받는 문화재관람료 때문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문화재관람료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것으로 자연공원법 반대와는 무관하지만 불교계의 요구가 수용되면 문화재관람료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조계종의 요구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자연공원에서 사찰과 사찰지를 제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부 담당자는 "조계종은 사찰지가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공익 목적에 따른 그린벨트 체제도 다 무너질 것"이라며 "관련 소송에서도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 제한을)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