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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브랜드, 불황에 이름값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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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브랜드, 불황에 이름값 톡톡

입력
2009.06.2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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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운맥주는 1993년 5월 '하이트'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후 3년 만인 96년 업계 부동의 1위 오비맥주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당시 업계에선 크라운이 오비를 이긴 것은 '맥주의 맛이 아니라 브랜드의 힘'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크라운맥주는 회사명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하이트맥주는 요즘 2006년 출시된 '맥스'를 통해 제2의 하이트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낮아지면서 자칫 1위 자리를 내놓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난해 맥스가 전년 대비 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해 맥주시장 전체 성장률이 4~5%임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기록이다.

#. 해태제과는 최근 과자가 어린이 아토피 질환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기업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올해 초 브로콜리, 단호박, 귀리, 오렌지 등 이른바 '슈퍼푸드'를 재료로 한 웰빙형 과자브랜드 '슈퍼푸드클럽'을 출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소성수 홍보팀장은 "수익이 많이 나는 제품은 아니지만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히트상품에 못지않은 소중한 브랜드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기업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불황기에 오히려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의 농후발효유 '윌'은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 2000년 출시 이후 동종제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 회사가 지난해 내놓은 82개 제품을 모두 합친 매출 1조500억원의 26%에 해당한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대표 선수인 셈이다.

브랜드가 회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경우도 있다.

농심의 '신라면'은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80여종의 라면을 모두 합친 매출(1조3,000억원)의 23%나 된다. 농심은 신라면의 굳건한 브랜드 파워 덕분에 자체브랜드(PB)상품을 만들어달라는 대형마트의 요구에서 자유롭다. CJ제일제당의 '다시다'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만 해도 넘보기 힘든 벽이었던 조미료 '미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다시다는 지난해 매출액 3,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무려 80%.

업계 관계자는 "통상 대형마트와 식품회사의 관계는 갑과 을에 비유돼 PB 상품 제조를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렵지만, 신라면과 다시다 만큼은 반대"라며 "오히려 대형마트가 이들 제품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매달리는 입장이어서, 농심과 CJ제일제당이 만드는 PB상품은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5,005억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화장품 매출의 11%, 한방화장품의 57%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의 브랜드이미지 관리를 위해 직원들에게조차 제품 샘플은 물론, 할인 혜택도 주지 않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3,9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닥스', '빈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의류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등산복의 대중화를 이끌며 아웃도어 시장을 1조8,000억원 규모로 키워, 동종업계에서조차 고마운 존재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박종선 하이트맥주 마케팅 상무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분산된 브랜드 전략보다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T밴드' 'QOOK' 등 통신서비스에도 단일 브랜드가 등장하는 등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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