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태 발발 이후 말을 아껴왔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란 정부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취임 이후 4번째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당수 이란 국민이 대선이 합법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는) 국지적인 것도 아니고, 이곳 저곳에서 나오는 불평 수준도 아니다"라며 12일 치러진 이란 대선의 적법성에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눈이 아니라 이란 국민의 눈에 맞춰진 합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란의 리더십과 정부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이란 국민"이라고 언급, 이란 대선이 민의에 거슬러 불법적으로 진행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대선 직후 광범위한 시위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이란 정국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은 자제해 왔다. 미 행정부가 이란 시위에 대해 입장을 개진할 경우 자칫 시위가 미국의 배후 조종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구실을 이란 정부에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과 인권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정부에 대해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60여분간 진행된 이날 회견의 대부분을 이란 정국에 할애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의회 하원세출위원회는 "학생들이 테헤란 거리에서 살해당하고 있는데, 세금이 이란 경제 활성화에 쓰여서는 안 된다"며 이란에 가솔린을 수출하거나 이란의 가솔린 생산을 돕는 기업에 대한 미 수출입은행 지원을 금지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미 행정부가 이란 대선에 대해 강경한 톤으로 선회한 것과 때맞춰 국제사회도 이란 사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란이 전날 간첩행위라는 이유로 영국 외교관 2명에 추방명령을 내린 데 대한 대응으로 이날 영국 주재 이란 외교관 2명을 이번 주 내로 추방키로 했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맞대응 추방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란 대선은 국민의 열망과 선택이 반영돼야만 한다"며 대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프랑스는 이날 일주일 사이 두 번째로 이란 외교관을 불러 "커다란 우려"를 표한 뒤 "잔인한 (시위) 탄압"을 비난했다. 체코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도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불러 강경 진압에 항의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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