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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공기관장 평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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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공기관장 평가의 과제

입력
2009.06.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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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공공기관장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4명이 해임 건의되고, 17명은 경고를 받았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평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공기관 개혁에 관한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영평가 결과를 기관장의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정착을 위한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상징적 수단으로만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을 뒤엎는 일이 이번 경영평가를 통해 단행된 것이다. 이번 조치가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구축에 전기가 되도록 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에 옐로카드에 해당하는 경고조치를 받은 17명은 물론이고 모든 공공기관장이 앞으로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기관장 평가제도와 개별 평가지표가 창출하는 시그널 효과가 막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기관장이 평가결과에 충분히 수긍하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평가시스템과 평가지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와 평가결과를 일치시키기 위한 평가지표 보완작업도 필요하다.

기관장 평가와 연계하여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만큼 기관장에게 부여되는 권한과 자율성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 이후 정부가 공공기관의 개혁을 강조할수록 기관장의 위상과 권한 및 자율성이 오히려 위축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유의할 일이다. 공공기관의 개혁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기관장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과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야 공공기관의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단기적 성과 창출에만 주력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평가 결과에 따른 인사 조치에 불만이 높아져 평가와 인사관리의 연계를 통한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체제 구축 효과를 잠식할 수도 있다.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기관평가와의 연결고리가 약한 상태에서 기관장 평가를 강화하고 기관장에게만 그 책임을 묻게 되면 노조의 전략적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관장의 혁신 리더십 발휘는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장의 개인 책임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는 경영의 본질인 '협력적 팀 플레이'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공공기관장과 노조를 운명공동체로 엮어줘야 공공기관의 개혁을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공공기관의 평가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성과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관장 평가보다는 기관 평가가 그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부문에 비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규모와 범위가 상대적으로 큰 대표적 국가이다. 이들 공공기관의 경영성과는 곧바로 국가 경쟁력과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와 직결되어 있다. 그런 만큼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공공기관의 개혁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평가제도 운영의 일관성과 계속성 확보가 수반되어야 한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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