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갈등으로 유혈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북아일랜드가 이제는 인종 차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3일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인종 차별주의자의 증오 범죄에 시달리던 루마니아계 집시 100여명이 루마니아로 돌아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마거릿 리치 북아일랜드 주택 담당 장관은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지난 주 돌팔매질 공격을 받았던 117명의 루마니아 이민자 중 25명이 이미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75명은 이번 주 내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마니아계 집시 중 벨파스트에 남기로 한 이는 14명에 불과하다.
1998년 체결된 아일랜드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평화협정)으로 영국계 개신교와 가톨릭 원주민간의 유혈 분쟁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수 십년 간 아일랜드계 가톨릭을 공격해 왔던 개신교 인종주의자들은 이제 화살을 외국인 이민자에게 돌리고 있다. 루마니아인의 집에는 최근 돌이 날아들고 각종 위협이 잇따랐다. 놀란 집시들은 인근 교회로 대피했지만 인종주의자들은 교회에까지 돌을 던지며 공격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20세 청년 3명을 긴급 체포했으나, 특정 단체와 연계되어 있지 않다며 이내 풀어줬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AP통신에 "돌을 던진 이들은 영국 인종차별 군사조직인 컴배트18의 멤버로, 집시들에게 자녀들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극심한 인종차별에도 불구하고 벨파스트 내 개신교 거주 지역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집값이 싸고 개발되지 않은 공터가 많은 이유에서다. 북아일랜드의 인종 차별 범죄는 1996년 4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000건으로 늘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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