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싸우는 사이 중도는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 이들을 정치에 다시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권에게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다. 이는 단순히 정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다. 여야를 외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주는 문제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생산성을 복원하는 문제다. 정치권은 그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먼저 한나라당은 부유층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간 종합부동산세 완화, 감세정책 등을 펴 큰 기대를 걸었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감세정책의 혜택을 받는 계층은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한 쪽만 본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중도층을 겨냥하려면 교육ㆍ복지ㆍ조세정책 등에 우선순위를 둬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중도 포용은 지난한 작업이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힘을 실어 줬던 핵심 지지층을 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기존의 인적 구조와 틀에서 중도 정책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과 중도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 간의 진보정권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원택 교수는 "진보정권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이념에 치우치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정책이 부족했다"며 "실용정부에 걸맞는 실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당내 최대 현안인 계파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계파 갈등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되 당내에서 원할한 의사소통이 자리 잡게 해 그동안 소외됐던 여당 내 야당 목소리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적어도 두 살림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친박계가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가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조문 정국 활용에 함몰되지 말고 당 노선 정립을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내영 교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민주당의 정체성과 노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상승했던 지지도가 흔들리는 것에서 보듯 '전략적 지지'의 가변성을 인식하고 정책 제시 등을 통해 원내 제1야당으로서 민생 챙기기와 여권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성호 정당학회장은 "시민단체 등 급진적 사회 세력에 기대는 피동적 모습에서 탈피해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훈 교수도 "강경 대여 투쟁일변도로 국회 내 제도를 경시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운영의 1차적 책임은 집권여당에게 있지만 기본 의회질서를 도외시하는 모습은 지양하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이 '중도 포용론'을 내세우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더욱 쫓기는 입장이 됐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의 포용정책에 따른 전략을 모색할 때"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 양극화를 혐오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도 포용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어느 쪽이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 내느냐다.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중도가 바라는 정책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도 포용을 위해 지나친 명분 대결은 피해야 한다. 명분 싸움은 타협의 여지를 줄이고 정치 불신을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이내영 교수는 "정치권이 명분 대결과 이념 갈등 때문에 분열됐다"며 "정당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소정당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 속에 제3자로서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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