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최근 당혹스러운 일을 당했다. 원아 한 명이 수족구병(手足口病)에 걸렸는데 초기에 등원 시켰다며 학부모들이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어린이 전염병 대란'을 미연에 방지할 방법은 없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 여름철 유행병, 수족구병부터 시작
올 여름 전염병은 수족구병부터 시작됐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함께 시작된 수족구병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며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족구병은 말 그대로 손과 발, 입에 물집이 생기는 전염병으로, 장 바이러스 일종인 콕사키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붉은 발진이 생기다가 점차 수포성 물집으로 악화하고, 가렵지는 않지만 열이 많이 나고 입안에 생긴 물집 때문에 잘 먹지 못한다.
장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인 탓에 구토, 설사가 나기도 하며, 보통 여름에 생후 6개월~4세 아이에게 많이 발병한다. 수족구병이 여름철이면 통과의례처럼 유행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고, 1~4세 유아의 단체생활이나 접촉 등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족구병은 특별한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유행할 때에는 가급적 외부 접촉을 피하는 수밖에 없다. 평상 시 청결을 습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출 후, 배변 후, 식사 전후, 기저귀 교체 후 등에 손을 씻고,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수족구병에 감염된 아이의 배설물이 묻은 옷은 소독하는 것이 좋다.
■ 수영장, 캠프 등에서는 A형 간염 주의
A형 간염도 주의해야 할 여름철 요주의 전염병이다.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물과 먹는 물 등을 통해 전파된다. 15~50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발열, 식욕감퇴,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은 두 달 내에 증상이 호전되며, 어린이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증상이 심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A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미미해 따로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간 기능검사를 해보고 수치가 높으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A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며, 일단 감염되면 환자를 안정시키고 식이요법을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예방접종은 12~23개월 어린이에서 6~12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한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단체생활과 단체급식을 하고, 캠핑 같은 단체활동도 많이 하므로 예방접종을 해두는 것이 좋다.
■ 구토, 열, 설사 함께 있으면 장염 의심
장염은 여름철 가장 흔한 전염병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지만 드물게 호흡기 감염으로도 유발될 수 있다. 물이 많이 섞인 설사를 하루 10회 이상 하면 장염일 가능성이 높으며, 세균성 장염은 고열과 함께 심한 복통 증상이 동반된다. 구토와 설사가 나거나 설사에 점액질이 많고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장염에 걸리면 보통은 해열제를 먹이고 설사ㆍ구토 증상이 있으면 탈수를 막기 위해 액체화된 음식과 음료 등 식이 조절을 해야 한다. 장염이 의심스러우면 무조건 굶기기보다 분유 농도를 묽게 해 먹이거나 유당이 들어가지 않은 특수분유나 미음, 죽을 먹이는 것이 좋다. 구토가 심해 음식을 먹지 못해 탈수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으로 옮겨 수액주사를 맞혀야 한다.
장염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먹기 전 손을 깨끗이 씻고, 물과 음식을 끓여 먹으며,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 등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 기온ㆍ습도 높으면 식중독 주의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식중독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식중독은 음식물에 든 미생물이 내놓는 독소에 의해 발생하며,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식중독 원인균인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 비브리오균, 대장균 등은 대체로 열에 약하고 저온에서 번식하지 못하므로 음식을 끓여 먹고, 음식물은 가급적 냉장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에서 든 음식일지라도 쇠고기는 3∼5일, 우유는 2∼4일, 어패류는 1∼2일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을 썰고 난 칼과 도마는 잘 씻어 말린 뒤 사용하고, 음식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식중독에 걸린 경우에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이 좋지만,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끓은 보리차나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설사가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일본뇌염 예방 접종도 해야
일본뇌염은 총 환자의 90% 이상이 14세 이하 어린이이다. 특히 전체 환자 가운데 5~9세 어린이 환자가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생빈도가 높으므로, 어린이와 청소년은 반드시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4월에서 6월 사이에 마쳐야 한다. 특히 요즘은 모기 발생 시기가 빨라졌으므로 접종시기를 좀 더 앞당기는 것이 좋다. 일본뇌염 예방백신은 생백신과 사백신이 있는데 접종 시기와 횟수 등이 다르므로 최초에 접종한 백신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접종해야 한다.
생백신은 접종을 한 경우 12~23개월에 한 번, 그로부터 12개월 후에 다시 한 번, 그리고 만 6세에 한 번 등 총 3회 접종한다.
반면 사백신은 생후 12~23개월에 한 번, 그로부터 7~14일 후와 12개월 후에 2차·3차 접종을 하고, 만 6세와 만 12세에 각각 한 번씩 총 5회 접종한다. 생백신이 국내에 처음 보급된 것은 2002년이므로 이전에 출생한 아이는 사백신 접종을 했을 테니 만 12세에 추가 접종하면 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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