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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멸구' 서해안 논 융단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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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애멸구' 서해안 논 융단 폭격

입력
2009.06.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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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의 대표적인 평야 지대인 마서면 옥산리. 2007년 벼 줄무늬잎마름병이 돌아 경작지의 20% 가량이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최근 이 지역에서 이 병의 매개체인 애멸구가 다시 급증하면서 농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나병열(57)씨는 "애멸구가 돌기 시작하면 그 해 농사는 완전히 망친다. 벼 잎이 조금만 노랗게 보여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말했다.

옥산리 주민들은 지난 주부터 공동 방제 작업을 벌이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구칠완(60)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논과 논둑은 물론, 인근 하천변까지 모조리 약제를 살포했다"라고 말했다.

24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의 한 논. 볏대 사이를 날아다니는 애멸구 성충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수면 바로 위 볏대에는 2㎜ 가량 크기의 애멸구 약충이 깨알같이 붙어있었다.

태안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현재 2령(2년생)된 성충들이 채집되고 있는데 3령부터는 번식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지금 방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충남과 전남북, 수도권 등 서해안 지역에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애멸구가 평년 대비 40배까지 급증해 비상이 걸렸다. 2007, 2008년에도 애멸구가 기승을 부려 충남과 전남북 지역 논 수백 ha가 피해를 입었지만, 이처럼 대량의 애멸구가 넓은 지역에 걸쳐 동시에 발생한 것은 지난 80년대 해충 관측 이후 처음이어서 농업진흥청 등 관계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해안 일대 7곳에서 '공중포충망 채집'(지름 1m 가량의 망을 논 위 10m 높이로 걸어둔 뒤 망에 채집된 해충 개체 수를 파악하는 실험)을 한 결과 충남 서천군 지역 2곳에서 각각 963마리와 919마리가 채집됐다.

또 전남 신안군 819마리, 전북 부안군 597마리, 충남 서산시 322마리가 채집됐고, 전남 진도군, 영광군의 채집량도 각각 155마리, 150마리에 달했다.

예년의 채집량 15~25마리에 비해 적게는 8배에서 많게는 무려 40배나 급증한 수치다. 또 경기 화성시와 안산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논 1㎡당 29마리 안팎(지난해 17마리)의 애멸구가 관측됐다.

애멸구는 6월에는 알이나 약충(어린 애멸구)이 벼 속에서 자라고 있어 피해 정도가 눈에 띄지 않지만 약 2주 후인 7월 초ㆍ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줄무늬입마름병 증상이 나타날 것으로 농진청은 내다보고 있다.

서해안 일대에서 애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중국산 애멸구'가 황사 및 돌풍을 타고 날아 들어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 동부 해안 지역은 애멸구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상태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줄무늬잎마름병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가 2007년 서천과 부안, 2008년 전남 진도와 완도 등 서남부 지역부터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중국산 애멸구 유입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농진청은 애멸구 상습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 방송과 지역 케이블 방송을 통하거나 이장단 회의를 소집해 애멸구 방제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애멸구에 취약한 품종인 일품벼, 운광벼를 재배하는 농가들에는 개별적으로 방제를 서두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애멸구 발생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공기 중에 살포하는 약제가 볏대 속에 있는 약충과 알까지 100% 없애지는 못해 대량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애멸구는 논뿐만 아니라 논둑 주변에도 많이 분포되기 때문에 살충제를 넓은 지역에 골고루 뿌리는 등 방제 작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애멸구= 벼에 기생하는 크기 2~4㎜ 가량의 멸구과 해충. 벼 즙을 빨아먹기도 하지만, 벼에 치명적인 줄무늬잎마름병을 퍼트려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이 병에 걸리면 벼 잎에 노란색 줄무늬가 길게 생기고 비틀리거나 말리면서 이삭이 제대로 패지 않는다. 치료제가 없는데다 확산 속도도 빠르다. 따라서 한 번 감염되면 손 쓸 새도 없이 번져 벼가 무더기로 말라 죽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벼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허택회 기자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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